오늘 딸기봉Strawberry Peak 산행에는 9명이 참여했다.
아니 정확히는 16명이 참여했다.
카풀 모임장소에서 인원 점검을 하니 9명.
정시에 우리 차는 출발했다.
그 5분 뒤 김재권 서울지부장과 강수잔 회원등 7명이 약속장소 도착.
그렇게 얼굴 박치기를 못했으니 9명도 맞고 16명도 맞는다.
9명팀은 래드박스Red Box에서 딸기봉 메도우로.
이 팀엔 김공룡회원의 친구 두 명이 동참했다.
7명팀은 산악회 홈페이지 공고대로 콜비캐년Colby Canyon에서 정상.
이 팀엔 김재권 서울 지부장과 사위 그리고 이쁜 손녀와 강수잔회원.
그리고 발디에서 생환한 기적의 산 사나이 정진택씨.
오늘 따라 무전도 원활하지 못하여 이산가족이 된 채 따로 산행.
그러니 숫자도 코스도 따로 했던 산행이었다.
레드박스에 도착하니 도로를 막아 놓았다.
눈 때문이 아니라 작년에 무너진 산사태 공사 중 때문.
한국 같으면 빨리빨리 개통했을 텐데 미국은 참 느리다.
생각보다 눈이 적다.
오늘도 헛둘 헛둘 체조와 일용할 무릎 기도를 올리고 나서 산행시작.
멕시코로 휴가 떠난 유회장의 리더 스트레칭과 기도는 길어서 탈.
대타로 리더를 한 어느 회원의 체조와 기도는 짧아서 탈.
여기서 보이는 샌 개브리얼 산맥의 정상이 히말라야 준령을 닮았다.
과학은 정확한 것이어서, 설선이 칼로 자른 듯 깨끗하게 나뉜다.
아래 푸른 숲과, 위로 눈 쌓인 산맥.
금을 그어 나눈듯한 경계를 설선으로 부른다.
첫 번째 새들에 오르니 눈이 제법 많다.
지난주, 그대로 억수로 퍼부은 비가 고산에서는 몽땅 눈이 되었을 터.
딸기봉은 표고가 낮은 편이라 눈이 적지만 배든파월봉 쪽은 정말 하얗다.
지난주 팀버산은 완벽한 겨울왕국 산행이었다.
딸기봉 눈의 양을 표현한다면, 딸기화채에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 풍경.
정상 갈림길은 돌아 응달로 들어서니 눈이 얼어 크렘폰을 꺼내 신었다.
차박 차박 크램폰 밟히는 소리가 듣기 좋다.
눈에 찍힌 반려견 개발자국이 호랑이나 표범 발톱처럼 보인다.
참 시간 빠르게 흐른다.
어어? 벌써 새해? 그렇게 놀란 게 엊그제인데, 어제가 음력설이었다.
겨울이 깊다지만 그렇게 빠른 게 시간이라면 이제 봄도 가깝다.
긴 능선을 굽 돌아 스트로베리 메도우로 내려섰다.
정적 속에 침잠한 메도우의 숲이 보기 좋다.
우리에게 울퉁불퉁 산이 치솟아 만든 샌 개브리얼 산맥은 축복이다.
그 품안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걸 숨겨 놓았다.
초록의 향연이 연주되는 봄부터, 뜨거워 더 시원했던 아이스하우스 캐년의 물.
슬쩍 부는 청량한 가을바람에 익어 가는 만자니타 열매.
그리고 다시 눈 덮인 발디봉이 히말라야 준봉처럼 보이는 겨울.
오늘 숙제 끄~읏.
레드박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즐겁다.
뻐근한 하산을 마쳤다.
오늘, 이 시간, 또 치열하게 일주일을 버틸 에너지도 얻었다.
뒤풀이는 라운드 피자에서 유용식 선배님이 한턱 내셨다.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