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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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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행엔 우리팀 7+ 샤론 김 부부 2명이 나섰다.

산행 들머리 포니 주차장에 도착하니 완연한 봄기운이 산을 감싸고 있다.

 

그러나 산정에는 미련이 남은 겨울의 흔적으로 눈이 쌓인 풍경.

상황을 보아가며 산허리를 감도는 기존 등산로로 오를 것인지

 

양지쪽이라 눈이 없을 산 능선을 이어 갈 것인지 가서 보고 결정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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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그랬을까, 아니면 비와 눈 덕분인지 등산로가 촉촉하다.

 

아무도 없다.

말 그대로 산이 텅 비어 있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이 등산로는 붐비기 시작할 것이다.

PCT,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과 함께 사용하는 등산로.

 

매해 꽃피는 봄이면 이곳에서 종주팀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뚜벅이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자 따듯한 미소가 슬쩍 나온다.

 

우리는 만났던 PCT 종주팀에게 기꺼이 간식을 털어 줬다.

산을 함께 부비고 사랑하는 뚜벅이와 뚜벅이들의 만남이니까.

 

지금, 아직은 상기 일러 한명도 출발하지 않았으므로 만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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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곳곳에 사막의 산이기에 볼 수 없는 계곡 물이 졸졸 흐른다.

무릇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

 

올 겨울 우리가 산에서 만났던 그 엄청난 눈들도 이제 초록에 밀려 사라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산행이라는 것도 풍경을 뒤로 밀어 내며 걷는 일이다.

 

막막하게 어깨 걸고 달리는 산맥과 아스라한 모하비 사막.

구름이 낀 하늘에는 몽환처럼 해무리가 떠있다.

 

훠이훠이 생각없이 걷는 느낌이 좋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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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 고사목이 된 나무 등걸들이 넘어져 등산로를 자주 막고 있다.

그러나 PCT 팀이 나타나기 전에 발렌티어들이 그 나무들을 잘라낼 것을 안다.

 

고도를 올리자 아래와는 다르게 많은 눈이 등산로에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물론 이럴 때를 대비하며 우리는 마이크로 스파이크를 준비했다.

 

샤론 김 부부에게는 크램폰이 없었다.

아마 이제 봄이니 배낭에서 빼 놓았거나 준비 부족.

 

길게 휘돌아 가는 등산로 사면은 응달이고 아주 가파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안전하게 크램폰이 필요 없을 능선을 타고 오르기로 결정.

 

그게 신의 한 수였다.

물론 자주 이 능선을 오른 우리는 이쪽에서 보이는 수려한 경치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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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샤론 김 부부는 이 트레일이 처음이다.

그녀는 화가답게 멋진 풍경에 연실 탄성을 쏟아 내고 있다.

 

멋진 풍광을 만날 때, 우리는 한 폭의 그림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림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중.

 

지금부터 우리도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있다는 기특한 생각이 든다.

먼 곳의 하얀 산정이, 우뚝 서있는 고사목이 멋지다.

 

설악산 범봉처럼 기묘한 모습으로 서있는 화강암 바위들도 멋지다.

어떤 바위는 사람 형상을 하고, 그 곁엔 애완견처럼 보이는 자연의 조각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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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그저 좋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이래서 산은 옳다.

그렇기에 오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악착스레 산을 찾는다.

 

언젠가 나는 이 산에서 뻐근한 산행을 끝내고 한 말이 있다.

산은 충전기다. 산이라는 축전지에 코드를 꼽고 일주일을 일용할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돌머리가 분명한 내가 이런 멋진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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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이므로 산행을 한 주 빼먹으면 그게 억울한 것이다.

지난 주, 한국에서 방문 한 대학선생에게 그예 한마디 했다.

 

일요일은 빼고 만납시다.”

 

산행에 빠지면 억울한 감정이 드는 게 그게 산 사람의 본질이다.

그런 중독이 무언의 산이 우리에게 주는 보약이다.

 

무릇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말은 맞다.

봄과 겨울이 공존한 퍼시피코의 이때도 이제 가고 없어질 것.

 

그렇게 흐르는 산과 사계절을 부대끼며 보내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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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마치자 가득 충전된 에너지로 정말 부자가 된 느낌.

 

뒤풀이 라운드 피자에서 부자처럼 엄청 먹었다.

배도 그렇게 부자로 만들어 주신 유용식 선배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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