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Bighorn Peak엔 7명이 산행에 나섰다.
어라? 아이스하우스 캐년 들머리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다.
“제발 주차 구역하나만 남겨 주세요”라는 간절한 기도도 없었는데.
계곡 물소리는 여전히 청량하고 컬럼바인 샘물도 따듯하다.
Icehouse Saddle까지는 간간히 눈과 얼음이 보였다.
그러나 크램폰을 신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트레일 중간에서 한인화가 샤론씨 부부를 만났다.
산행에서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 산악회 식구처럼 느껴진다.
작년엔 1월 첫 산행 때 발디봉 가파른 설벽으로 통하여 오를 정도로 눈이 많았다.
사상 최고의 적설에 사고도 많았고 홍수도 잦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건너다보이는 발디봉엔 눈이 없다.
올 해, 지금까지는 지독한 눈 흉년.
유식한 말로 기후변화이겠지만, 무식한 말로는 종잡을 수 없는 지랄스러운 날씨.
그러나 작은 눈이라도 새들부터는 얼어 붙어 있다.
트레일이 얼어 있어 모두 크램폰을 꺼내 신었다
캘리 캠프 직전에 가파르지만 직등을 할 수 있는 숨겨진 트레일이 있다.
히든 트레일로 접어 들었다.
비록 눈이 적지만 얼었고 경사가 가파르다.
모두 힘들게 오름짓을 한다.
우리만 아는 길이어서일까? 등산객을 한명도 만날 수 없다.
능선을 오르자 놀라운 전망이 나타난다.
운해, 구름바다.
하얀 바다를 뚫고 솟아 오른 산이 섬이 되었다.
반대쪽 방향으로도 역시 산첩첩의 절경.
우리의 즐거운 노동 땀이 배여 있는 산들이 정겹다.
정상에 있는 방명 깡통에 WWW.KAAC.CO.KR이라고 날짜와 함께 적었다.
안하던 짓이다.
양지 쪽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1월임에도 따듯하다.
문득 행복하다는 게 무엇일까?
뜬금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구름바다와 빅혼주변 산들을 감상하는 시간.
빅혼을 많이도 올랐지만 한 번도 같은 경치는 없다.
그러므로 매번 처음 오르는 느낌과 기대와 혹은 신선한 만남.
그저 멍 때리며 저런 자연을 바라보는 게 행복이라는 각성.
빅혼도 우리를 위해 이런 처음 보는 풍경을 준비한다고 애 많이 썼다.
하산은 역시 우리만 아는 루트로 시작했다.
이 직등 루트로 하산하면 새들까지 1시간쯤 다리품이 절약될 것이다.
역시 크램폰이 있어 가능한 하산이다.
만자니타 관목이 자꾸 다리를 잡았다.
누구 우리처럼 비밀의 길을 아는 동지를 만났다.
사람은 없고 반가운 발자국이 그것이다.
눈이라도 펑펑 내린다면 빅혼은 또 다른 얼굴로 우리를 유혹할 것이다.
일주일을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보약, 에너지를 얻은 행복한 하루였다.
Round Pizza에서 캐빈회원님이 신년 푸짐한 먹거리를 쏘셨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