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봉(Strawberry Peak) 산행엔 모두 열 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지난 3월 눈이 녹지 않은 Colby Canyon to Red Box 종주를 했었다.
이번에 그 반대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태미김 회원도 존 뮤어 트레일 훈련병 군장차림으로 나왔다.
출발지 레드 박스에 도착.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신록과 선선한 산들바람.
하늘은 환장하게 푸르렀고, 파노라마 구름바다는 풍덩 뛰어 내리라고 유혹하는 느낌.
이래서 행복한 거다.
이런 걸 주말마다 찾아와 그 풍경속으로 녹아들 수 있는 공짜 특권
등산로 주변은 지금 제철을 맞은 유카Yucca꽃이 많이 솟아 있다.
16피트까지 자란다는 유카 꽃대 덕분에 주님의 촛불(Our Lord's Candle)이란 별명을 얻는다.
본체인 날카로운 잎 무더기가 무색하게 솟은 꽃줄기는 차라리 우람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굵게 높게 솟은 꽃대에는 종 모양의 크림색 꽃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유카는 ‘스페인 총검'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칼처럼 살을 꿰뚫을 수 있는 날카롭고 단단한 잎 끝에서 그런 별명이 나왔다는 것.
그래서 유카꽃의 꽃말은 “위험, 접근하지마세요” 다.
신록 속에 하얗고 우뚝하게 피운 꽃대가 멋지다.
함께 걷던 유진순 선배가 시를 낭송한다.
정확히는 유카 꽃을 찬미하는 대사였겠으나 내 귀엔 시로 들렸다.
왜? 역시 돈 안 되지만 시인이 되고 싶었으니까.
“찔리면 아픈 꽃, 그래도 예쁜 꽃, 화르르 피었다 한 방에 가는 꽃, 여자의 일생”
유카는 마지막 에너지를 모아 씨방을 만들 꽃을 피우고 나면 죽는다.
그러므로 ‘화르르 피었다 한 방에 가는’까지는 이해 가능.
그런데 절창의 싯구 끝 ‘찔리면’과 ‘여자의 일생’은 의 조합은 이해 불가.
그런데... 그란데...
유카 우윳빛 꽃이 촛불처럼 우리 길을 축복한 건 시작을 알리는 팡파레.
그걸 Strawberry Meadow를 지나 주 능선에 올라서며 알았다.
도토리나무가 우점종을 이룬 조용한 트레일은 지금, 시방, 나우~ 꽃 잔치가 한창.
수잔 강 회원은 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설명을 해 줬지만 생각은 한국 산으로.
진달래, 개나리, 제비꽃, 붓꽃, 봉선화, 나팔꽃, 산수유, 난초...
정말 한국꽃을 빼다 박은 미국꽃이 대궐을 이뤘다.
딸기봉이라 딸기를 멕이려 싸 온 수잔강회원
기대하지 않은 꽃잔치에 모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는 싯구가 생각나 제비꽃 닳은 꽃에 안구를 가까이 접근한다.
누군가 등 뒤에서 “꽃길만 걸으소서” 연속극 덕담을 건넜다.
그런 이쁜 소리한 사람 복 받을 겨~
문득 한 생각이 비집고 나온다.
연분홍, 노랑, 보라빛, 붉은색, 진홍색, 하얀색...
한군데 서서 한 철 살고 가는 저 꽃들은 어떻게 땅속에서 저 만의 색깔을 길어 올릴까.
그게 자연이다... 그래도 그렇지... 묻지 마라, 그게 도킨슨의 자연선택이다... 그래도...
그렇게 묻고 그렇게 답을 하며 조세핀 새들에 도착했다.
조세핀 봉을 보면 왜 자동으로 나폴레옹이 생각나는 걸까? 그것도 자연일까? ㅎ
이제 콜비캐년으로 한 없이 내리막길이다.
환경이 바뀌었는지 울긋불긋 꽃대궐도 끝났다.
그러나 낮은 협곡을 훑고 오르는 산들 바람과 첩첩 산들이 또한 우리에게 꽃 아닌가.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는 인상적이고 독특한 샌 개브리얼 산맥 주름이 펼쳐진다.
수수만년 늙은 산, 늙은 산맥이지만 그 주름속을 헤맸던 행복한 시간들
휘파람을 불다 조갈증이 나 목청 높여 “찔래 꽃 하이얀 꽃~” 노래를 부른다.
실례가 아닌 것이 이 트레일은 전세를 낸 것도 아닌데 우리 밖에 없다.
“장사익이 부를 때는 참 감동적이었는데, 그런데... 듣기가 좀.”
뒤를 따라 오던 회원이 귀음치인가 노래를 웅변으로 들었는지 한 마디.
콜비캐년이 끝나가는 개울에서 모처럼 탁족洗足을 했다.
탁족은 전통적으로 선비들의 피서법이니, 선비들은 불 난 발을 꺼줘야 한다.
“다리야 고맙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주셔서...”
진짜 고마워 발가락 사이까지 깨끗하게 씻어 주었다.
“짜장면 팀은 왼쪽으로, 라운드 피자 팀은 오른쪽으로”
당번을 자청하신 강희남회원께서 선택을 하라 해서 공론에 붙였다.
만장일치 라운드 피자.
음식을 먹기 전 손에 손잡고 경건하지만 짧은 기도를 했다.
“주여! 이번 등산학교에 입한 한 두 명의 회원이 장학금을 받게 해 주시옵고, 갑자기 시몬을 찾아 온 오미크론을 빨랑 퇴출 시켜주옵소서.”
누가 기도를 인도 했는지는 비밀.
눈을 호강시킨 ‘시각’이 최고라던 조금 전 꽃 타령은 이미 지난 한 낮의 꿈.
입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각’에 냉큼 자리를 빼앗겼다.
모두의 입에 행복을 퍼 넣어 주신 강희남형께 감사드립니다.
PS. 봐라~ 희남형 꽃 갤러리를.
그걸 보면 이 글이 구라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