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두 10명의 회원이 산행에 나섰다.
아주사 CVS 건너편 산악회 만나는 장소에서 보이는 산이 완전 초록이다.
하긴 오월도 중순에 접어드니 여름도 이제 머지않다.
배낭을 챙기며 쓸 일 없는 크램폰과 스페츠를 빼 놓았다.
카풀로 도착한 크리스탈 레잌 캠프장에 눈이 보인다.
산이 희끗희끗한 게, 가는 겨울이 아쉬워 앙탈을 부리는 폼 새로 보였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다시 하얀 겨울이 오는 자연의 윤회.
어디 가고 오는 게 계절뿐이랴...
가고 오는 게 세월뿐이랴... 어쩌고저쩌고 제법 기특한 생각이 떠오른다.
헛 둘 헛 둘 체조와 함께 “무릎아 오늘도 잘 부탁한다”라는 만트라를 외우고 출발.
초록빛 산야에 완연한 봄이다.
이상기후라더니 올해는 비가 한국보다 더 내렸다.
이러다 사막성 기후인 LA가 온대지역인 한국 날씨로 바뀌는 거 아냐?
그렇게 된다면 저 아득한 지평선을 안고 있는 사막이 전부 농토가 된다는 말.
미국은 참 복 받은 나라다... 기분이 좋으니 생각도 건전한 것만 떠오른다.
누구에게나 사는 게 그렇겠지만 쉬운 일이 없다.
지금 나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을 뚫고 있다.
신나게 놀다, 마감이 가까워지자 깜짝 놀라 죽자 사자 땅을 파고 있는 중.
그런 연유로 산행 2주를 빼 먹으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
에이~ 모르겠다 봄이 점령했을 산행에서 땀 뺀 후, 그 다음에 소 키울 걱정을 하자.
고도를 올리며 만나는 계곡마다 물철철.
어어? 이런 곳이 아닌데 물이 넘치다니 어인 일?
눈이 많아 요세미티가 폐쇄 되었듯 우리가 오르려는 산도 눈 풍년?
눈길이 시작되고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출발 때 크램폰을 빼 놓은 게 급 후회.
한치 앞도 모른다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산 교훈.
이곳이 온대지역으로 바뀐다는 둥 봄이 산을 점령했다는 둥 착각은 자유.
그래도 럿셀은 잘 되어 있어 꾸역꾸역 올랐다.
윈디 갭에 도착해 보니 오늘의 목표 히킨스 산쪽으로 럿셀 자국이 없다.
그쪽은 산그늘에 발달한 설빙이 위험하다는 걸 그간 경험으로 알아 포기.
후미를 기다리는 중 향학열에 불타는 회원들이 교육받기를 원한다.
막간의 시간을 활용해 난이도 높은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한 품위 있는 수화 교육을 단시간에 마스터한 뛰어난 회원들.
오늘 배운 수화를 써 먹을 생각에서인지 모두 입이 크게 벌어졌다.
후미가 도착하자 아이슬립을 오르기 시작했다.
와우~ 바람결에 오가는 운무가 춤을 추며 겸재의 진경산수화 풍경을 연출한다.
길 없는 길, 발자국 없는 눈길을 헤치며 칙칙폭폭 줄 맞춰 오른다.
미련이 남아 철수하지 않은 겨울의 시샘일까, 정말 눈이 깊다.
눈부시게 푸르른 오월에, 눈시리 게 하얀 산정에 올랐다.
누군가 농담을 한다 “코딱지만 산에서 기대하지도 않은 풍경을 만난다”고.
운무가 춤추며 커튼콜을 거듭하며 주변을 감추었다, 보였다 리얼 쑈를 보인다.
누군가 참 좋다, 참 좋다...를, “씨*~”두 자로 표현한다.
정말 눈부시게 하얀 산정과 설경이다.
원래 이곳은 센 개브리얼 삼맥 중간쯤이라 조망이 좋기는 한곳이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에 모두들 증명사진 찍기 바쁘다.
아까 수화를 지도한 인간이 또 한 마디 거든다.
겁은 나는지, 호치키스 찍듯 사진 찍는 회원들 못 듣게 끔 슬쩍 말한다.
“풍경이 아깝다”
그만큼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눈부신 그림이었다.
하산 후, 회장이 새로 개발한 맥주집에서 타는 목마름을 해소했다.
행복이 별 건가? 욕심 버리면 매 주말이 행복이 넘치는 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