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6분이 참여해 첫 눈(雪) 산행을 행복하게 마쳤습니다.
전쟁터인 주차장에 우리 차를 쉽게 댈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2주전 3T를 할 때도 눈은커녕 가뭄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스하우스 캐년 개울물도 비 가뭄에 수량이 많이 줄었지요.
컬럼바인 샘물조차 수량이 적어진 걸 확인했었습니다.
그런데 2주 만에 다시 찾은 아이스하우스 캐년은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설국(雪國)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요.
눈 덮인 산들이 어깨 걸고 파란 창공을 찌르듯 솟아 있는 풍경.
먼지 풀풀 나던 트레일이 하얀 눈길이 되었습니다.
우리 산악회가 쉬는 장소인 2마일 지점에서 모두 크렘폰을 착용했습니다.
겨울은 추워야 하는데 날씨마저 도와 줘 눈 표면이 얼어 있었습니다.
그런 걸 등산용어로는 ‘크러스트’라고 합니다.
눈이 녹아 발이 빠지면 두 배의 힘이 듭니다.
히말라야 등반을 눈 표면이 얼어붙은 신 새벽에 운행을 하는 이윱니다.
크램폰이 눈얼음에 확실하게 박히는 리드미컬한 울림이 듣기 좋습니다.
차박 차박
그 소리가 ‘차서 박으라’는 합창 같아 슬며시 미소가 나옵니다.
새들을 지나 팀버 방향으로 산행을 이어가는데 어느 순간 발자국이 없어졌습니다.
하도 많이 오 간 길이라 노멀 트레일 방향은 잘 압니다.
트레일에 오간 흔적이 있다면 그 길을 따랐을 겁니다.
전혀 흔적이 없기에 핑계김에 직등을 하기로 했습니다.
가파른 설사면을 차박 차박 거슬러 고도를 올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르는 만큼 시야가 툭 터집니다.
쿠카몽가, 빅혼, 온타리오 그리고 발디 역시 눈 풍년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잘 압니다.
수없이 땀을 흘린 곳이기에 손금 보듯 산과 골짜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폭설이라도 내리면 처음 보는 산을 오르는 느낌입니다.
몇 번 올랐다고 산의 전체를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무언의 깨달음.
그게 산 앞에서 한 없이 겸손하라는 지혜이자 이윱니다.
오늘 처음 나오신 라석기님의 체력이 놀랍습니다.
익숙하지 않았을 설릉 직등인데도 등반을 즐기시는지 뒤쳐지지 않습니다.
힘들지만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차박 차박 오르니 이제 정상입니다.
우리 산악회 점심 장소는 역시 명당입니다.
바람도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폭신한 목화 이불처럼 눈이 뒤집어 쓴 산들의 깊은 잠.
산토끼인지 눈밭에 찍힌 발자국이 가끔 보입니다.
그게 꼭 하얀 무명 이불에 바느질 한 땀 한 땀 꿰맸던 어머님 솜씨처럼 보입니다.
하산을 끝내고 발디 레스토랑에서 유용식 선배님이 뒷 풀이를 쏘셨습니다.
눈 구경 나온 히스패닉들이 많은지 식당도 만원이었습니다.
한 쪽 크리스마스트리가 잘 어울리는 게 여긴 언제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니까요.
의견을 모은 결과 송년 산행은 딸기봉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황소고집 시몬씨가 뒷풀이를 당번을 하겠다고 하여 조촐한 송년회도 있을 예정입니다.
샤워 끝내고 맥주한 잔 하며 산행기를 차박 차박이 아니라 투다닥 하는 중입니다.
정말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유용식 선배님 고맙습니다
다음 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