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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기차 여행 3 



하늘길 1 만리… 티베트 넘어 히말라야로 <3> 

입력일자:2006-10-13 



▲ 기차가 해발 4594m의 소금호수 ‘추나호’를 끼고 달리고 있다. 얼마나 큰지 호수 일부분을 기차로 달리는데 무려 20여분이 걸렸다. 




티베트 강물, 황하로 돌려라

유사이래 최대 토목공사 ‘장수북조’추진
기지개 켠 중국의 무한한 잠재력에 두려움

새벽에 설치는 바람에 잠이 달아 난 우리는, 베이스캠프 식당 칸으로 갔다. 아직 창 밖은 어두워 사물을 분간 할 수는 없었으나 세계의 지붕을 관통하는 풍경을 놓칠 수는 없었다. 
같은 침대칸에 있던 중국 여인 유안안(45)씨가 아침을 먹으러 우리 곁으로 왔다. 통역 차명수 군을 가운데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라싸에 출장 중인 그녀는 철도과학연구원 칭짱철도 시공 환경보호 관리 공작원이었다. 
“우리 중국은 칭짱철도 건설에 따른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 보호구역을 많이 지정하였고,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했습니다. 동물 보호를 위해 철길 양쪽에 방책망도 만들었고요.”
“성공적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세계 최고 높이의 철도이기 때문에 사례가 없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만 생태계 파괴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지요. 정부는 칭짱철도 주변의 환경보호를 위해서 21억위안(약 2,8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6.5%로 여태까지 제일 큰돈을 들인 셈입니다. 열차에서 사용한 물은 모두 정화처리 후 방출하도록 되어 있고요.”
그럴 것이다. 그만큼 중국 당국도 원시의 이 고원을 보호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만이다. 언제나 자연의 적은 인간뿐이었으니까. 만년설 풍부한 물이 녹아 흐르는, 티베트를 관통하는 얄룽창포 강이 있다. 중국은 거기에도 눈을 돌렸다. 그 물을 건천이 되어 가는 황하(黃河)로 돌린다는 장수북조(藏水北調) 공정이 그것이다. 칭짱철도에 이어 또다시 엄청난 규모의 자연 개조다. 지난 3월 전국 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이 방안이 공식 의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시짱(西藏)의 물이 중국을 구한다’는 책은 후진타오나 원자바오 총리가 당국자들에게 필독서로 권장할 정도라는 것이다. 얄룽창포 강은 티베트서 발원, 히말라야 산맥을 감싸고 돈 후 방글라데시를 거쳐 갠지스 강과 합쳐 인도양으로 흘러나가는 큰 강이다. 방글라데시에선 브라마푸트라 강으로 불린다. 만약 이 공사가 시작된다면 유사이래 최고의 토목공사가 될 것이다. 우리가 탄 칭짱철도 역시 그 공사에 큰 일꾼 역할을 할 것이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인 셈이다. 
기후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는 과학, 혹은 문명의 이름으로 행하여진 결과물이다. 인간의 자연 파괴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 자연을 무시한 결과는 언제나 치명적 재해로 돌아섰다는 역사의 교훈에서 막연하게 두려움을 느낄 뿐이다. 과연 기지개를 편 중국은 무섭다. 누구도 중국을 다시 잠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런 우려를 하는 나에게 곁의 윤석홍씨가 한 마디로 정의한다.
“중국은 미쳤어!” 
시간이 지나며 상대적으로 고도는 높아갔고 날이 밝기 시작했다.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기차는 낮 시간만 운행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다. 아마 불안한 지반이 안정적일 때 통과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남은 여정 14시간은 낮 시간이고 질리도록 티베트 고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날이 밝아오고 드디어 고산의 상징인 야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끝 간 데 없는 구릉과, 우기 철이 끝나가므로 파릇하게 살아 난 초원의 세계였다. 가뭇하게 보이는 쿤룬산맥의 만년설과 호수, 그리고 파릇한 초원과 투명한 하늘의 대비는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기차는 쿤룬산맥의 옆구리를 감거나 뚫고 대형 파노라마 영상을 활동사진처럼 보이며 대 평원을 내달렸다. 주인이 있는 것인지, 야생인지 모를 말무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저 말을 길들여 타기 시작한 티베트인들은 토번이라는 강력한 제국을 만들었다. 그 말발굽은 당나라 수도 장안까지 휩쓸었다.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당나라는 문성 공주를 송첸캄포 왕에게 시집보내 화친을 도모했다. 수목 한계선을 이미 넘어선 까닭에, 창 밖으론 막막한 초원과 구릉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불모의 땅에서 걷고, 수레 끌고, 어느 세월에 전쟁하러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속전속결의 비결은 말에 있었다. 저 고원을 말달렸던 그 야성과 기개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중국에 편입되었을까. 
강성했던 토번은 몽골이 세운 원나라의 침입을 받았다. 조공을 바치는 속국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원나라 황제는 티베트인의 불교에 깊이 감화된다. 그 이유로 원나라는 티베트 불교를 국교로 선포했다. 한국도 고려 공민왕 때 원나라의 영향으로 티베트 불교가 잠시나마 국교가 된 적이 있고, 그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원나라는 티베트의 정복자에서 보호자 입장으로 바뀌었고, 티베트의 통치자에게 바다와 같은 지혜의 듯인 ‘달라이라마’라는 호칭을 봉헌하고 국사로 모셨다. 중국말을 빌리자면 말 그대로 허허실실(虛虛實實)이다. 
기차는 아득한 옛날인 1300여년 전, 송첸캄포에게 시집가던 문성 공주가 3년에 걸쳐 울며 걷던 길을, 단 48시간만에 종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드넓은 평원에 수직으로 서 있는 건 송전탑과 산뿐이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은 어안렌즈에 투영 된 것처럼 모두 둥글다. 역사를 반추하는 사이에도 기차는 기세 좋게 무인의 고원을 내 달린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사이 멀리 무지개가 뜬다. 쌍무지개다. 저 무지개 끝에 가면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속, 샹글리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가없이 넓은 해발 4,500여 미터의 티베트 고원엔, 에워싼 만년설 산을 넘지 못한 낮은 구름이 드리워 있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는 말이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구다. 나라는 망하고 국민은 흩어졌으나, 오직 산과 강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은 맞다. 토번은 사라졌으나 창 밖의 초원과 하얀 산은 그대로 남아 있다. 
비가 눈으로 바뀌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8월에 눈이라니! 묘한 기분이 든다. 8월의 한국 끈적거렸던 더위가 꿈결 같다. 간간이 유목민들의 파오라는 천막이 보이고 그때면 틀림없이 불경이 적힌 오색 룽다가 펄럭였다. 룽다는 티베트 기도 깃발을 말하는데 영어로는 윈드 호스(wind horse) 즉 ‘바람의 말’이란 뜻이다. 불심 돈독한 그들의 염원을 서방정토에 있는 부처님께 전해 달라는 깃발인데 룽다에는 정말 날개 달린 천마도 그려져 있다. 
기차는 해발 4,594m의 ‘추나호’를 끼고 달리고 있다. 이 거대한 땅이 아득한 예전에 바다였음을 확실하게 증명하듯 이 호수 역시 염호(鹽湖)였다. 얼마나 큰지 그 호수 일부분을 기차로 달리는데 무려 20여분이 걸렸다. 
창밖으로 ‘칭짱공로’가 보인다. 2차선 포장도로다. 이 도로는 거얼무에서부터 따라 붙었다. 아니, 따라 붙은 게 아니라 철도가, 도로를 따라 건설 된 것이다. 험악한 쿤룬 산맥을 넘는 이 도로 덕분으로 철도 공사에 필요한 기자재가 공급 될 수 있었겠다. 그런데 가끔 보이는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의 움직임이 거북이 행보다. 희박한 산소 때문이겠다. 1950년 티베트 침공에 성공한 중국은 칭하이성에서 라싸까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수만 마리의 낙타를 동원했는데, 1㎞ 전진에 낙타 12마리가 죽어야 할 정도로 험난했었다고 한다. 전설 같았던 그 말이, 말 그대로 옛 이야기가 된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


 

▲ 만년설이 보이는 고원을 다니는데 쓰이는 말과 티베트 유목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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