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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철도 탑승기 <2>

글: 소설가 신영철






 

▲ 칭짱철도는 거열무에서부터 진정한 하늘 철도로 바뀐다. 




하늘길1 만리… 티베트 넘어 히말라야로

‘티베트 중국화’가속, 고공인해 전술 


시안역서 거얼무까지

총길이 1,042km, 공사비 4조3천억원
540km이상이 영구 동토지역에 가설
탈선-고소증등 대형참사 일어날수도

진시황릉으로 유명한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중간에 한번 정차 한 후 꼬박 12시간을 달려온 셈이다. 이 기차는 라싸까지 통과하는 각 성의 성(省)도 6개 도시만 정차한다. 그야말로 쾌속이라 할 수 있다. 성 하나는 한국 국토의 몇 배 크기를 가지고 있다. 허베이(河北)성 성도, 스자좡(石家莊), 산시(陝西)성 성도 시안(西安), 간쑤(甘肅)성 성도 란저우(蘭州), 칭하이(靑海省)성 성도 시닝(西寧)과 거얼무(格爾木), 시짱자치구 나취(那曲) 등 5개성 6개 역에만 정차하는 것이다. 

하루 밤 같은 침대칸에 있던, 북경 서북과학기술대에 재학 중이라는 아가씨가 시안에 내리려고 짐을 챙긴다. 
“이 철도가 개통 된 후 사람들 생활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우리 학교 동기 중 한 명이 라싸가 집인 사람이 있는데요, 일 년에 집을 한번 가기도 힘들었어요. 같은 중국인데도 말이죠.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는 거죠.”

스스럼없이 티베트를 ‘같은 중국’으로 호칭하는 그녀의 말이 다소 생경했으나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국가의식은 이 기찻길로 해서 더욱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희박한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는, 티베트에 철도를 건설한 백가지 이유 중 또 하나가 되니까. 칭짱고원 들머리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1,042km가 나의 관심 구간이다. 탕구라 산맥을 넘는 그 공사에 대략 4조3,00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자료는 밝히고 있다. 거리에 비한다면 많은 공사비라 할 수 있는데, 공사구간 80% 이상 차지하는 960km가 평균 해발 4,200m 이상이다. 그중, 서울 부산보다 긴 540km 이상이 영구 동토지역이라면 수긍이 간다. 한마디로 얼음산에 놓인 철도라는 말이다. 




이 정도 고소라면 처음 오르는 인간에겐 산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작업을 하는 사람은 고소적응이 필요 없는 티베트 현지인이거나, 산소마스크가 필요한 중국인이었다. 자기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중국인으론 안 되니, 고산족 티베트인들을 동원해 하늘 철도는 놓였다. 그 철도가 자신의 나라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 채, 건설에 동원된 티베트인들 아니었을까. 어찌 되었던 얼어붙은 영구 동토 칭짱고원을 횡단한다는 철도공사는, 금세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알프스 터널을 완성한 스위스의 터널 건설 전문가조차 동토 때문에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동토층을 육중한 기차가 달리면 땅이 녹아들고 그럴 경우 철로가 휘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반시설에 파일을 박거나 통풍용 관로를 묻어 철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들로서는 첨단 건설기법을 사용한 셈인데 칭짱철도엔 교량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겠다. 후일담이지만 우리가 귀국한 후, 신문은 그 기차가 탈선했다고 보도했다. 그것도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활용했던 식당 칸이. 
끝없는 녹색 평원을 달려 란저우(蘭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다. 
그 사이 풍경은 또 바뀌었다. 이제부터 녹색이 드물어졌고 황토산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거대한 황하 상류가 보였다. 우리가 종단하려는 티베트 고원을 에두른 탕구라 산맥에서 발원한 황하는, 애초 시작부터 탁한 황토 빛 흐름이었다.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도 인종이 많이 바뀌었다. 붉은 가사를 입은 티베트 승려와 머리를 땋은 티베트인들. 한 바퀴 돌리면 불경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는 ‘마니차’를 돌리는 할머니. 드디어 티베트가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란저우에서 시닝까지는 불과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고도가 높아져 시닝은 해발 2,000미터를 넘어서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곳이 예전 티베트의 관문 역할을 한 곳이다. 지금은 행정구역 개편으로 청해성에 속하지만 티베트 불교에서 그 위치가 혁혁한 총카파가 이 곳에서 태어났다. 이제부터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므로 시닝을 실제적으로 티베트 고원의 출발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간은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아직 햇볕이 쨍쨍했다. 경도 상으로 볼 때 북경과는 대략 두 시간 이상 차이가 나야 함에도, 북경 표준시를 전국에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이미 북경은 밤일 것이다.

마침 내 거얼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10분이었다. 침대칸에서 2박 동안, 통역 차명수군과 친해진 승무원이 여기서 고원 기관차와 바뀐다고 귀띔을 한다. 카메라를 들고 기차 앞으로 달렸다. 여태 우리를 끌고 대륙을 횡단한 기관차가 분리되고, 하얀 색의 고소 기관차 3량으로 바뀐다. 희박한 산소 속을 달리게 설계된 미국제라 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기관실엔 중국인과 함께 엔지니어인 듯한 백인이 타고 있다. 중국 대륙 3,000여km를 끌고 온 저소 기관차는 이 곳에서 아웃되었다. 야구에서 9회 말 나타난 구원투수처럼, 나머지 구절양장 힘겨운 1,142km를 끌고 갈 구원투수 기관차였다. 

지금부터 진정한 하늘 길(天路)을 가게 될 것이다. 후진타오 말대로 ‘칭짱철도는 중국 철도사에 있어 위대한 업적일 뿐 아니라 세계 철도사의 기적’을, 눈으로 목격한다는 말일 터였다. 기차로 급격하게 고도를 높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강원도 정선선, 구절리역의 스위치 백을 생각했었다. 앞으로 갔다가 뒤로 후진하며 한 계단 오르는, 그런 오름을 계속 반복하며 티베트 고원을 오르는 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건 역시 작은 나라에서 온 나그네의 상상이었다. 3량의 고소 기관차로 바꿔 단 우리 기차는, 직선으로 티베트 고원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중국어와 티베트어, 그리고 영어로 방송이 나왔다. 지금부터 산소를 공급한다는 말이었다. 에어컨 있는 곳에서 슈- 소리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자 밑에도 노즐 구멍이 있어 그곳에서도 산소가 나온다. 그럼에도 고소증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승무원은 고무튜브로 된 산소 호흡기를 나누어주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처럼 의자 아래, 혹은 곁에 있는 산소구멍에 그 튜브를 꼽고 콧구멍에 대는 것이다.

통역 차명수군과 친구가 된 복무원 왕전화(26)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야크가 뛰어든다 든가 고소증에 사람이 상한 일은 없는가?”
“동물과 충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것들이 철로에 못 들어오게 팬스를 쳐 놓았기 때문이다. 고소증에 사람이 죽은 일은 없다. 다만, 피를 토하는 사람은 한번 봤다.”
결과적으로 그 말은 틀렸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개통한 7월1일부터 7월29일 사이에 이 기차에서 고소증으로 죽은 사람이 무려 9명이라는 중국 신문보도가 있었다. 
<다음주에 계속>




▲ 진시황릉으로 유명한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산시성 시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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