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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ite Mountain Peak( 14252’ )

우리가 살고있는 캘리포니아주에는  14000’이상의 고봉이  12개가 있다는데,  그중에서 높기로는 세번째이나   등반하기  쉽기로는 첫번째라는  White Mtn Peak!

 언젠가는 한번은 가봐야 산이라고 별러왔는데, 이번에 산악회에서  White Mtn  아주 가까운  거리인  Big Pine으로 캠핑산행을 간단다. 그런데다, 마지막 날은  아침식사후에  바로  출발하여  LA 돌아오는 단순한 일정임을 알고나니, 문득   기회에  White Mtn 보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일찍 일어나 잠시 부지런을 떨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강희남회장님과   캠핑을 주관하는 백승신님에게 뜻을 얘기하니, 두분 흔쾌히 지지하신다.  김시환  IT이사께선 멋진 멘토가 붙은 동행 희망자모집공고를 웹싸이트에 올려준다.  결과는?  실망이었다.  불행히도 이러저러한 사연들로 호응이 없는 가운데,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수잔강님에 이어 심영옥님이 막판에 참가의사를 밝혀왔다. 두분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졌는지!  더구나 심영옥님이,  새차이면서  All Wheel Drive  본인의 ( Subaru ) 가자고 제안하여 원거리 이동에 대한 걱정도 덜어졌다.

심영옥  수잔강님 그리고    3인이, 토요일(8-31-13) 11시경에, 회원들이 이미 잠들어 있는Big Pine Upper Sage Flat Campground 도착하였다.  고맙게도 낮에 도착한 회원들이  미리 쳐놓은 텐트에서 편히 있었고, 일요일 아침 8시쯤 시작한  Big Pine( North Fork) 하이킹을 마쳤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8개의 호수와  만년설을 드리운 봉우리들을 보는 것이 골자인데, 시종 감탄의 연속이었다. 정녕코 아름다운 곳으로 JMT 핵심구간과 방불한 절경이고 비경이었다. 대략 저녁 6시경까지는 등산을 모두 마치고, 잔칫집같은 즐겁고도 활기넘친 분위기에서의  맛있는 만찬을 참가회원들과 나누었다.

모두들 바쁜 일상속에서 모처럼 틈을 내어  이렇듯 불원천리하여  산자수명한 승지를 찾아왔고, 심산유곡의  물소리 바람소리가  청정한 가운데,  맛있는 음식을 익혀가며  오손도손 대화를 즐기노라니,   마음은  어느덧 동심이 되어  마냥  즐겁기만  하고,  자칫하면 우수수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을 보는 설레임도 있으며, 소꿉장난같은 텐트에서의 불편한 잠자리가  되려  고향집인 포근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야영지에서의 둘쨋날 밤을 맞는,  지금  우리 회원들 모두의 행복한 감회이겠다.  

나는 내일 새벽에 우리 셋이서만 ,모두가 초행인 ,  14ers 하나인  큰산으로 떠나야 한다는 심적 부담으로 아름다운 시간의 언저리를 그냥 빙빙 맴돌고 있는 격이었는데,김명준님  배대관님 그리고 현선생님 대선배님들께서,  White Mtn으로 들고 나는 길의 특성과, 산을 오르고 내리는 요령이나 주의사항 등을 소상히 알려주시며, 해낼 있다고  따뜻하게 격려 해주시는 것이  아주 위안이 되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삼삼오오  즐겁게  담소중인 회원들께 인사를 드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 새벽 3시쯤에 일어났다. 다른 회원들의 안면을 가능한한 방해치 않으려고 조용히 짐을 챙겨  출발한 시각이 03:45였다. 칠흑의 어둠을 헤치며  Big Pine Campground에서 부터 10마일을 나오니,  395 도로에서 168 도로로 진입하는 지점에 이르렀고,여기서 168 도로를 따라  13마일을 가니 , 길의 오른쪽에 있는   싸인판이  UC연구소  , White Mtn으로 가는 길이 왼쪽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 04:14).

 좁지만 포장이 길로 접어들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더듬더듬  10.2마일을 달리니, 길이  이제 비포장으로 바뀐다( 04:50 ).   유심히 봐야 겨우 눈에 정도의 가느다란 눈썹달이 있을 , 차의 헤드라잇이 비춰지는 부분을 빼고는  온통 깜깜절벽인 가운데,  차츰 여명이 들기 시작하는 괴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새벽하늘의 모습에는  특히 심영옥님이 더욱 감격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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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귀엽게 생긴 토끼가 헤드라잇 불빛에 놀랐는지  찻길로 튀어나와  천방지축 깡충대는 위험천만한 경우를 두번이나 겪으면서,  차의 속도를 더욱 낮추며 조심스레  방어운전을 했다.

비포장도로를  16.1마일을 달리니  -  중간에  1마일정도의  포장도로가  있었다  - 이윽고 White Mtn 입구에 닿는다 ( 05:47 ).    395번상의 Big Pine으로부터  39.3마일의 거리였고, 2시간정도가 걸린 셈이다.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게이트가 있고   UC 연구시설이라는 간판이 있는 옆으로, 건물이라고는 달랑 한칸짜리 화장실시설이 있을뿐인,  광막한 산야에  차를 세운 우리들의 존재는 한개의 작은 점에 지나지 않게 느껴진다. 다행히 게이트 앞쪽으로  대여섯대의 차들이 먼저   있어,미지의  광야에서  천애지각의  미아가 듯한 고립감을 있었다.

때마침, 하늘의 구름들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먼동이 트이는 황홀한 광경이 벌어지는데,  우리들의 산행을 환영해주는 듯하여 가슴이 설렌다.

차밖으로 나오니   이내 차가운 바람이 몸을 휘감고돌아  저절로 몸이 옴추러들었다. 심영옥님이 오는 길에 차멀미로 구토를 끝이라서 컨디션이 아주 안좋게 보였는데 그래도 뭔가 요기를 해야겠기에, 애써  라면 2개를 끓였으나,  끝내 심영옥님은 아무것도 못먹고, 수잔강님과 둘이서만 차안에서  대충   어설프게 익은 라면을  이른 조반으로 먹었다.

사슴 한쌍이 주차장 주변의 펑원을 지나간다. 어디를 가는지  바쁜 걸음이다.  우리 차에서 중년의 백인남자가 목례를 하듯 미소를 지으며 나와,  홀로 산행에 나서는 하다.

UC  Barcroft Facility라는 간판이 있는 게이트를 지나, 산행에 나선 시각이  07:20이었다.

비포장이지만  판판하게 닦여진  찻길이 등산로를 겸하고  있는데, 거의 직선으로 나있고 도로주변의 지형이  밋밋한 평지여서,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변화감이 느껴진다. 눈을 들어 시야를 멀리하면,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의 고원이   아침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는 모습으로  매우 평화롭게 들어오고,  뒤를 돌아보면  멀리 시에라네바다의 산맥이 낮으막한  띠인양 수평으로 잔잔하게 드리워져 있고, 앞으로는 아마도 오웬스밸리일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있는 형국이다.

우리가 출발했던 트레일헤드쪽으로는, 나무라고는   한그루도 보이지 않는 벌거벗은 여러개의 뾰쪽 봉우리의  크지 않은 산들이 밀집되어 있는데, 동쪽과 북쪽의 기슭이 빛과 그림자의 진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피라미드들이 집결되어있는 이집트의  고대의 유적지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의 산행은,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심영옥님과 함께  셋이서 함께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된다.  대략 1시간에  1마일씩 간다고 해도 오후 두세시에는 정상에 올라서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계산을 해보았는데,  보다는 우리의 속도가 빨라서, 2마일거리라는 UC Barcroft Facility  90분이 경과되어서  도착했다. 등산시작점의 고도가 11770’였으니, 오름길이 완만했지만 그래도, 여기가 12500’내외는 되지않을까 싶다. 그래선지 바람이 차가와 추위를 느끼게 된다. 

바람을 피해 건물의 벽쪽에 붙어 맨땅에 앉아 잠시 쉬노라니,  안에서 백인청년 하나가 나와서 인사를 한다. 사람이 반갑기 때문일 것이다. UCLA 연구소라 하며,  어제는 특별히 여기까지 차가 들어올 있는 날이었기에   60여명의 등산객이 왔었는데 , 오늘같은 보통 때는 10 내외의 등산객이 있는 하단다. 이곳에는 수십마리의 양을 기르는 축사도 있어, 곳이  높은 고도가  동식물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들었던  말이 옳은 했다.

다시 걸음을 옮겨, 마치 넓은 벌판에  군데군데  추수한  짚단 쌓아놓듯,간혹간혹 돌덩이들이 피라밋처럼 쌓여있는, 고원을 향해 나간다.  정말이지, 이곳의 특징중의 하나는, 산이든 고원이든, 가깝든 멀든 , 나무라고는 결코   그루도  없는 완전히 벌거벗은 지각 자체를 드러내고 있어, 마치 대자연의  나체촌이 아닌가 하는 망상이 정도이다.

왼쪽으로, 완만하지만 높은 언덕을 이루며, 높지만  멀지는 않은 산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이 나타난다.   수잔강님이 제안한다. 내려올   산에도 올라가보자고.  어휴-!  수잔은  역시 나보다는 훨씬  파워가  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Mt. Barcroft  높이가  13040’ 되는 산인데도  그렇게 높아 보이질 않는다. 주변에 거칠 것이 없으니 전망이 좋을 것이다. 조금전에 바삐  우리를 앞서간 젊은이가 쪽으로 가고 있다.  영국에서 사진사들이랬다. 이곳의 경치가 영국과 비교하면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 Strange!”라고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남긴  청년들이다.

이윽고 구릉 위에 올라선다. 마침내  몇마일 앞으로 White Mtn 자태가, 죽순처럼 생긴  또는 여인의 젖가슴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꼭지부터  봉긋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 앞으로 걸어감에 따라 산의 윤곽이 차츰 낮은 까지 드러나게 되어졌는데, 뭐랄까 금발의 여인이 머리채를 한데 모아  뒤로 쓸어 넘기고  봉긋한 젖가슴을 위로   반듯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있는 것이라고 있을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틀림없이 오른 팔을 옆구리께로 살짝 붙이고  반듯이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잘록하게 내려간 허리와  다시 부드럽게  높아지는 아랫배와  치골부위가 완연하고, 전체적으로 거므스럼한  옷을 걸쳤으되  목에서부터 가슴까지 팔까지는 붉고 하얗고 노란 무늬가 있는 옷을 입은 모습이다.

 여기가 미국땅이니,  “The Sleeping Beauty”라고 부를 있을까, 아니면 한국의 풍수지리설의 용어를 흉내내  녀정와 (玉女正臥)” 형이라고 표현해 있으려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정상이라는게, 그렇게 보면 바로 옥녀의 오른쪽 젖꼭지가 되는 셈이다.  젖꼭지에  올라서서 이를 간질이면  오랜 잠에서 깨어나  옥녀가  일어나  앉을 있을까? 

 등산을 시작한지 150분이 지났을때, 심영옥님이 우리더러  자기를 앞질러 빨리 가라고 한다.    본인은 이제  앞이 빤히 보이니 혼자서 당신의 보속으로 꾸준히 걸어갈테니  우리는 먼저 정상에 오르라는 권유였다.  

직선거리로는 정상이 대략 2마일 내외가 한데, 트레일상으로는 , 지금까지2.5마일을 왔다고 하면,  아직  5마일이 남은 셈이다.  당초에  끝까지 같이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럴 경우 계속 아무것도 먹지 않은 분이라 크게 무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과, 오후가 되면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감안하여,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등산로는  한동안  산쪽으로  다가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휘며, 산과  거의 평행으로  나아간다.  1마일정도의 거리를 두고  여인의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아랫배쪽으로 내려가는 형국이다.

수잔강님과 둘이서 걷기 시작한지 50분이 되었을때, 왼쪽으로  White Mtn Wilderness Sign 팻말이 꽂혀있는 지점에 이른다.

이쯤에서 수잔강님이 배가 고프단다. 돌무더기로 바람을 막는 시늉을 곳을 찾아 배낭을 내렸다. 물은 많지만  먹을건 별로 없다.  어젯밤에 야영식을 할때 수잔강님이 작은 샌드위치백에 담아둔 맨밥 한봉지에 구운김 한봉지가 전부였다.  우리가 먹을려고 산에 온게 아니니 이것도 감사할 일이라며, 열조각 남짓되는 김을 반찬으로  몇입  밥을 먹다가  나중엔 찬물에 밥을 말아서 대충 삼키고  일어났다.  그나마 심영옥님은  먹을 것도 없고   먹을 컨디션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이렇게라도  밥을 먹게 되는 우리가  미안하다.  아뭏든 배가 부른 것보다는 약간 고픈 것이 낫다며 다시 부지런히 걸었다.

저만치  앞에서 두사람이  마주 오고있다. 중년의  백인 남녀이다. 정상으로의  오름길에  바람이 세게 부니 조심하라고 걱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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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드디어  커다란 주봉의 바로 밑에 도착했다. 멀리서 때는 이곳이  옥녀의 허리께가 것이다. 고도는 아마도 13000’정도는 테고.   길은 아스라한 주봉을 향하여  S 형태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별로 힘들지는 않은 완만한 경사로를 가며,전후좌우를 둘러본다. 흰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곳이 많은 가운데, 구름들  사이 사이로 아스라히 멀리 또는 아래로 가까이  오웬스밸리인지 아닌지 모를 평원들이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 콤파스로 정교하게 그린 같은  완전한 기하학적  녹색  동그라미들과  사각형들이 눈에 띈다.  인공적인  살수장치를 통하여 농사를 짓는 농경지일 것이다.

주봉을 향해 올라감에 따라, 붉고 검은 자잘한 돌들 사이사이로 서식하고 있던  잔디같은  작은  풀들도 이젠 보이지 않고, 완전히 돌들만 깔려있는 채로, 원만한 곡선의  부드럽게  보여지는 능선의 산록이 된다.

아직은 아스라히 보이는 정상은,  그곳에  건물이 서있는게, 진짜 도드라진 젖꼭지처럼, 작지만 또렷이 눈에 들어 온다.  오른쪽의 밑이 안보이게 함몰된 절벽의 아래로부터  기세좋게 곧추 올라오고 있는 흰구름기둥이  다소 무섭다.

정오가 지났을때 트레일의 오른쪽으로  Bighorned Sheep 무리가 , 하늘과  맞닿아 곡선의 지평선을 이룬 산줄기 끝으로, 조그맣게 눈에 들어온다. 작게 보이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알아볼 있고  마릿수도 있다.  12마리이다.  고산에서는 공기가 투명하여 시야가 깊어진다는데 아마도 그래서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나 보다. 부지런히 뭔가를 찾아 돌들을 헤집고 있다. 척박한, 온통 돌들만으로 되어있는 고지대의 산록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것인지 안타깝다. 한끼 배를 채운다는 일이 저들에게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를 생각해 본다. 모르긴 해도  낮시간의 대부분을  당장의 기아를 달래줄  최소한의  먹이를 얻는데 할당해야 것이다.  어쩌면  옛날에는 우리들의 조상들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의 인간들, 특히 미국같이 자칭 선진국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과체중으로 고통을 받거나 과체중이 지나쳐  병이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과잉식품섭취  특히  과잉육류섭취가 심각한 사회현상이 정도이고 보면, 우리들 탐욕한 선진국 인류가 짓고 있는  죄과가  두려울 뿐이다.

이들 양떼의 안녕을 기원하며, 발길은 계속 정상으로  향한다.  밑에 있는 Barcroft 연구소에서 유독  양을 기르고 있는 것은 이들 야생의 Bighorned Sheep무리와의  어떤 비교나 대체,적응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옆의 차에서 나와,  홀로 먼저 산행을 나섰던 남성이 내려오며,정상에 바로 임박했을때는  이렇게 이렇게 가면 걸음을 줄일 있다고 알려준다.    마음이 고맙다.  

12:33,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불경스럽지만  영광스럽게도 옥녀의  젖가슴위에  올라 것이다. 정상에 세워진 다섯평 남짓한 돌집은  젖꼭지인 셈이다.  여성인 수잔강님은 몰라도,그래도나만은  대한남아로서 기왕이면 꼭지점에 올라가봐야 아닌가?  겉으로의 핑계는, “ 2m 높은 만큼  전망이 쬐끔이라도 좋을테니, 올라가 봐야 하는 아닌가!”이다.

 지붕위로 올라갈 있을지, 건물 주위를 한바퀴 돌아본다. 올라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 뒷쪽에 벽쪽으로 돌들이 다소 높게  쌓여진 곳이 있어 그쪽으로 다가선다.  처마부위에 자그마한 기계장치가  보이는데    살펴보니,  대기오염상태를 측정하는 장치이니  훼손치 말라는 내용의 글이  붙어 있다.  정신오염상태도 측정되는건 아닐까 하는  찔끔한 마음으로  얼른  2m등정을 포기한다.  포기의 변은, “하지말라는 짓을 하다가 , 코리아와  한인산악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면 안되지!” 된다.

동서남북을 돌아가면서 전망을 즐긴다.  정상에서 하계 전망한다는 것은  요산요수중의  요산  화룡점정일 것이다.  멀리  또는 가까이 구름들이 가리고 있기도 하지만, 광활한 경개가 대단하다.  서쪽으로 반듯하게  끊어짐없이 이어지고 있는 시에라네바다의 산줄기도 저만치 발아래로 다소곳이 깔려있어, 마치 작은 Miniature모형을 보는 듯하다.

옥녀의 아름다운 머리채나 얼굴, 젖무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부정형의 거친 암벽줄기들과 오싹오싹한  함몰된 천길단애가 있을 뿐이며, 차가운 바람만 세차게 불어온다.  멀리서 볼때는  금발의White Beauty인지  옥녀인지  반듯하게 누워 있었는데 ,  미상불 허망한 신기루였을 뿐이다.   도전은 꽃을 피우나 성취는 모든 것을 시들게 한다는 말의 모범례가  바로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돌을 쌓아  작지만 견고하게 지은 건물에는 피뢰침이  양쪽에  한개씩 두개가  단단하게 묶인채 세워져 있어, 뇌성벽력과 비바람이 몰아 칠때의 이곳의 요란한 광경을 상상해 보다가 , 두려운 마음으로 하늘의 구름들을 관찰한다.  약간 어두워졌고,  움직임이  빨라져서  걱정은   되지만  아직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자위한다.  어쨌든 고산에서의  특히 오후의 일기는 변화무쌍하므로  지체해서 좋을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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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앞에 철제 상자가 있고, 안에 Summit Register  여러 권이 들어 있다. 조금전에 내려갔던 사람이, 달에 착륙했던 우주비행사가 했던 말을 인용하여, 써놓은 글이 멋지다.

  ‘ I came in peace for all mankind ’—Homage to Apollo 11—Neil & Buzz  라고 되어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느 산과는 크게 달라, 어떤 외계의 별이라고해도 될성싶은데가 있는 하다.  좋은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한인산악회라고 밝히고  몇자 적어 넣었다.  

한참 나중에야 ,  달에 우주비행사가 말중에 ‘mankind’ 단어를 ‘ all living beings’ 바꾸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들 인류는 인류를 위한답시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너무 심각한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책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속에서의  ‘mankind’ 라는 개념은, 인간은, 아니면  어느 특정민족은, 신으로 부터  만물을 지배하고 이용할 권리를 받았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문화에서는 지극히  훈훈한  느낌의 인류애  말이 된다.  그러나  우주의 모든 유정물은 존재가치가 모두 동일하고  각각의  생명 하나 하나가  우주라는 사상의  패러다임으로 보면   매우 졸렬한 인간편향적인 개념이 되어진다.  생각해보라!  인간이 아닌 다른 숱한 생물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살벌한 얘기일 수가 있는 것이다.

수잔강님과 교대로  정상에서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둘이서만 교대로 찍다보니, 나는 사진을 찍힐때마다 , 60년을 넘게 살고있으면서도 항상 어색하고 어정쩡한 자세인데 반하여, 수잔강님은 폼을 아주 잡는 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조금 있으려니  중년의 남녀가  마운틴 바이크로 정상에 올라오는데, 그들이 우리 두사람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여  둘이서도 한장 찍힐 있었다.

 이래저래  30분이 훌쩍 지났다.  밥먹을 일도 없고 심영옥님도 기다릴 테니 그만 서둘러 내려가야겠다.  워키토키로 심영옥님을 부르니 바로 응답이 온다. 이제  돌아서서 하산하는 중이란다.  우리도 하산이다!

정상의  높은 곳에서보니, 내려가야   길이 구불구불 보이는데,  굳이  곧이 곧대로 길을 따라 가지 않아도 듯하고, 김명준님의 조언도 생각이 나서, 용기를 내어, 거의 직선에 가까운 , 길이 아닌 코스로  접어 들었다. 역시 수잔강님은 이런 거친 코스도 용감히 앞장서서 잘도 간다.

주봉의 밑에 까지 그렇게 내려오니  거리와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도중의 아닌 곳을 지나 오면서  도대체 산양들이 먹는게 무엇이었을까 하고  발밑의 돌밭을 유심히 살펴보니, 대략 두세평에  하나 쯤의 드문드문한 밀도로 , 어릴때  캐어봤던  아주 조그만 나물같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그들이 찾는 것이 이것이었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는 코스에 들어선다. 주변의  탁트인  단순간결한 능선의 경치를보며 잰걸음으로 거리를 줄여 나간다.  바이크를 타고 하산하는 팀이  바람되어 곁을 스치고 멀어져 간다.

트레일헤드까지 2.5마일쯤 남은,  Dome형태의 연구시설이 있는 곳에서 심영옥님을 만났다. 반가왔다. 생각보다는 많이 올라왔다가 돌아선 것이어서 적어도 왕복 11마일의 산행을 하는 셈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이었으면  정상등정도  충분히 했을 거라 생각된다. 

셋이서 함께 내려오다가, Barcroft Facility 통과한 , 내가 먼저 내려가서  따뜻한 물이라도 끓여야겠어서,  두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15:43  트레일헤드의 게이트를 통과했다.  8시간 23분이 걸린 산행이 됐다.

이리저리 바람이 불어대  구식 석유버너를 켜기가 쉽지 않았으나, 결국 어찌어찌  물을 끓일 있었다. 심영옥님이 차안에서 꺼낸 누룽지와   먹다 남긴 두세 숟갈 분량의 남은 밥을 함께 끓여, 셋이서 반찬없이 후룩후룩 마시며 요기를 했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니 훨씬 기운이 난다.

 차를 돌려, 산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이곳으로 들어올때는 깜깜하여 몰랐는데, 나오면서는 길옆에 전개되는 풍경들이 너무나 아름다와  적어도 6~7차례는 차를 세우고, 밖에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운 산야가 거듭되는, 떠나기가 아쉬운 그런 멋진 다른 세상이었다. 다시 찾아 오고픈 마음은  우리 세사람이 같았을 이다.

도중에  Patriarch Grove 라는 곳을 지나면서 , 이곳 토양과  Bristlecone Pine 관해 조금 알게 됐다. 이곳은 오래전에는  바다밑이었고 , 주성분이 알칼리 석회석인 ‘Dolomite’라는 토양으로 되어 있어 보통의 식물이 살지 못하는가운데 , 오직 Bristlecone Pine만이 살아 간단다.    나무가  매우 느리게 성장하는 특성이 있어--  1인치의 지름이 늘어나는데  100년이 걸린단다--이러한 악조건의 토양을 견뎌낼 있는데 , 지구상의 모든 생물중 수명이 가장 길어,  이곳 White Mtn 지역에  금년  현재   5063살된 나무가 있는데,  위치는 비밀이라고.    인간이란  존재 자체는 , 모든 자연에게 두루 그렇듯이, 나무들에게도  백해무익할 것이라는 얘기겠다.

168 도로를 지나오면서 심영옥님이 차멀미로 고생하며 다시 구토를 했다. 어떻게 도와줄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안타까왔는데, 그래도 나중에는 기운을 차리고, 직접   2시간 이상 운전을 해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11시쯤   LA한인타운에 도착하여  순두부로 늦은 저녁을 먹고, 서로 감사하며 헤어졌다.    충심으로,   산행이 가능토록 지지 격려해 주신 분들과,  직접 산행을 같이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린다.

2013  9월의  White Mtn Peak !   종생토록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아름다운  산이었고,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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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진옥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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