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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라싸에 폭설이 내려 산에 눈이 쌓였다. 눈 쌓인 산은 시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한다



지난 2월 20일 밤 10시경 시짱(티베트)자치구 성도인 라싸역에 발을 디뎠다. 역사를 빠져 나오자 청아한 공기가 먼저 맞는다. 상쾌함을 느낄 찰나 귀가 먹먹하다. 숨쉬기도 버겁고, 약간의 어지럼증도 난다.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고원도시답다.


라싸 시내를 품고 있는 산은 밤인데도 흰색이 선명하다. 마중 나온 조선족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도착하기 반나절 전까지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티벳은 원래 눈이 잘 내리지 않는데 이런 폭설은 가이드가 티벳에 머문 5년여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아마도 설 전에 중국 서북지역을 강타했던 폭설이 티벳에까지 영향을 미친듯하다. 


호텔.... 춥다. 난방이 전혀 안된 느낌, 하지만 이게 이곳의 생활방식이라고 한다. 라싸시내 음식점에서 우연히 만난 시짱자치구 TV 기상캐스터 존귀(31세)씨는 티벳사람들은 적응이 되어 실내 추위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존귀씨는 2002년부터 3년간 한국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오히려 한국의 실내는 너무 따뜻한 것 같다고 지적한다. 며칠전 강남의 한 호텔에서 머문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호텔에 기름이 남아도나 왜 이렇게 뜨거운거야?"


우리가 너무 따뜻한 실내온도에서 생활하는 것도 티벳이 더워지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하자 그녀와 친구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이다. 티벳의 온도상승은 티벳 자체의 문제로만 알고 있는 그들은 그렇게 순수하고 순박했다.


존귀씨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가 어린 시절만 해하더라도 너무 추워 콧등의 허물이 벗겨지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그런 추위를 경험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 티벳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건 그들의 몸으로도 느끼지만 통계로도 나타난다.


예전에는 티벳의 한 여름 온도가 15~20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도까지도 올라간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약소국부터 나타나는 것 같아 씁쓰름하기만 하다.


 

15~20도에서 30도까지 올라가는 티벳의 기온


21일 날이 밝자 오전에는 라싸(불교의 성지) 문화의 중심지인 조캉사원을 들러본 후 얌드록초 호수로 향했다. 얌드록초는 티벳의 3대 성호 중에 한곳. 물빛이 비취처럼 파래 티벳인들이 푸른보석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시내 중심가를 벗어난 외곽 지역에서는 중장비가 즐비했고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칭창철도가 중국 내?과 관통되면서 한족들의 유입이 늘어났고 자본을 바탕으로 한 그들에 의해 티벳도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지역의 터줏대감인 장족들은 불편해 하고 있다. 한족들이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모두 가져간다는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티벳의 변화로 발생하는 문제가 장족들의 노파심처럼 단순한 먹거리 문제로만 그칠까? 어쩌면 개발로 인한 열매는 한족의 몫이고 그에 따르는 환경적 피해는 장족들이 짊어져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싸는 도시개발이 한창



라싸강물이 짙은 푸른색을 띄고 있다



얌드록초로 가는 길. 오른쪽과 왼쪽편의 풍경이 확연하게 달랐다. 금방이라도 산사태가 날것만 같은 오른쪽의 돌산과 달리 왼쪽은 신성한 기운이 감돌정도로 짙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드는 물이라 하니 그 깨끗함이 이를 데 없어 보인다.



황사로 인해 산에 모래가 쌓였다



강 건너편 산은 중턱부터 모래가 흘러내리는 듯 쌓여있다. 황사가 불 때 날아온 모래가 쌓였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간접적으로나마 황사의 위력을 실감했다.


평지를 달리던 차는 가파른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캄바라 고개를 넘어야 얌드록초가 나타난다. 굽이굽이 고개 길이 대관령고개쯤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자동차로 오르기에도 쉽지 않은 이 길. 그런데도 7일간에 걸쳐 오체투지를 하면서 얌드록초 순례 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의 믿음은 캄바라보다 높고 얌드록초보다 넓을 거란 생각에 짜릿한 전율마저 감돈다.



메마른 산에서 야크가 먹이를 찾고있다



길 아래는 낭떨어지나 다름없다. 지금은 황사가 일 정도로 메마른  협곡이 되었지만 물이 흐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메말라가고 있는 산중턱은 쿠키처럼 부셔져 곳곳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연간 일조량이 3,000시간에 달하는 티벳의 건조한 날씨 탓이 클 것이다.



티벳의 3대 성호중에 한곳인 얌드록초 호수 언덕에 야크가 앉아있다



한시간을 올라온 끝에 얌드록초 호수와 만났다. 산자락 사이사이를 휘감고 도는 호수는 끝도 천체적인 모습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얌드록초로 흘러드는 물도 나가는 물도 없는데 푸른 보석만큼이나 파랗다하니 신성한 호수로 여겨질 만하겠다.



푸른보석이라 불리는 호수에 눈이 쌓여 백지와도 같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맥이 보인다



비록 우리가 찾아간 그날은 호수 전체가 얼어있는데다 눈까지 쌓여 푸른 보석을 확인하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구름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니 문득 푸른 보석인 얌드록초는 하늘로 올라갔고 하늘의 흰구름은 모두 얌드록초 호수를 채우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 언제까지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을까?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지하자원 채굴은 티벳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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