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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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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산을 이렇게 자주와요?”

오늘은 모두 9명이 산행에 나섰습니다.

 

어느 회원이 물었고 회장이 답하네요.

몇 주 전 이 산을 온 건 그날 목적했던 산이 눈 때문에 출입금지라 그랬습니다.”

 

산행 들머리 밀러드 트레일 헤드 주차장이 만원이네요.

계곡 물소리가 청량합니다.

상황에 따라 에코마운틴 팀, 인스피레이션 탐으로 나누어 산행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엘에이 산이 한국 산이 되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드네요.

지금처럼 오월도 하순이면, 이곳 산은 땡볕에 누런 색감의 풀만 있어야 하거든요.

그럼에도 녹색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산야가 싱싱한 게 좋지만 이상하네요.

푸른 색만 있는 게 아니라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 났네요.

 

보너스 시 감상을 해 보세요

 

+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함민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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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는 길은 선셋 리지 트레일Sunset Ridge Trail입니다.

이 길은 마운틴 로우 로드Mount Lowe Road와 두 번 교차하며 에코봉에 오르지요.

 

봄볕이 따갑고 땀은 홍건히 흐르네요.

버티던 여름도 더는 못 견디고 떠난 산입니다.

 

정말 초록 물이 들 것 같은 싱그러운 길입니다.

어어? 유일하게 아는 꽃이 보이는 군요.

아카시아 꽃입니다.

 

노란색감이 도드라진 꽃은 우리가 개나리로 부릅니다.

개나리 닮았으니까요.

 

고도를 높여 다시 만난 로우 도로는 개나리가 열병식을 하듯 양켠에 지천입니다.

 

+ 산이 나를 기다린다

 

˝오늘도 산에 갈래요?˝

비오는 날, 아내 목소리도 젖었다.

˝가 봐야지 기다리니까˝

˝누가 기다린다고˝

˝새가 나무가 풀이 꽃이 바위가 비를 맞으며 기다리지˝

˝그것들이 말이나 할 줄 아나요˝

˝천만에, 말이야 당신보다 잘하지˝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시인데

아내는 아직 나를 모른다

(이생진·시인,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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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습니다.

 

미국인 등산객들은 웃통을 홀라당 벗고 산행을 하지만 우리는 예의지국 출신.

여회원이 뒷담화를 하네요.

어어? 다 벗었네. 어어? 홀라당 벗었네. 어어? 몽땅 벗었네.”

 

그 말은 틀렸습니다.

바지는 안 벗었으니까요.

아하~ 혹시 바지도 벗으라는 주문이었을까요?

 

드디어 에코 마운틴 정상 갈림길이네요.

에코 마운틴 팀이 여기서 돌아 선다면 왕복 7.5마일이 될껍니다.

 

여기에서 인스피레이션 팀은 라운딩을 선택했어요.

왼쪽으로 올라 하산에는 오른쪽 계곡을 선택하는 거지요.

인스피레이션 포인트까지는왕복 4.5마일을 더하면 됩니다.

 

다만 오른쪽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땡볕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 대신 전망이 죽여줘요~~~

사실 이 길을 선택한 것은 무쇠다리 여 회원들 기 좀 죽이자는 작전이었네요.

 

+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종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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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땡볕 오름길이 힘듭니다.

작전이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애로는 우리가 올라온 등산로와 아득했던 산들이 이제는 눈높이로 보입니다.

땀으로 샤워를 하지만 LA주변 도시들과 멀리 카타리나 섬도 떠 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꺼이 꺼이 인스피레이션 포인트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밉다고 여 회원들은 수다를 떱니다.

 

골탕작전은 골탕 먹음으로 실패 한 거지요.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우리산악회 고참인 김재성, 이장원 선배였습니다.

산 반대편 레드박스에 차를 세우고 넘어 온 것입니다.

 

+ 산이 나를 기다린다

 

˝오늘도 산에 갈래요?˝

비오는 날, 아내 목소리도 젖었다.

˝가 봐야지 기다리니까˝

˝누가 기다린다고˝

˝새가 나무가 풀이 꽃이 바위가 비를 맞으며 기다리지˝

˝그것들이 말이나 할 줄 아나요˝

˝천만에, 말이야 당신보다 잘하지˝

그들이 말하는 것은 모두 시인데

아내는 아직 나를 모른다

(이생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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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뜨거워 그런지 피크닉 테이블에 사람들이 없네요.

점심을 먹은 후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계곡 길은 그늘이 있어 좋고요.

휘 휘, 휘파람이 나온다는 건 기분이 매우 좋다는 말.

 

밀러드 트레일 헤드 주차장 가까이에서 하산중인 팀과 합류했습니다.

풀냄새가 여름 한국에서 맡았던 그 냄새였고 싱그럽군요.

도시에서 가까운 곳인데 정말 심산유곡이네요.

내년에 다시 만날 기약을 하고 라운드 피자로 향했습니다.

 

+ 등산

 

숨이 목에 찬다

힘들어 땅만 보고 앞으로 앞으로

 

이 깔딱고개만 넘으면 하늘밑

높은 꼭지에 닿겠지

 

능선을 넘고 계곡에 닿으면

시원한 한줄기 바람의 인사

 

들꽃들의 미소

새소리, 물소리, 벌레소리

 

장엄한 오케스트라가 되어

환영의 팡파르 울리고

 

말하지 않아도

엉덩이 땅에 내려앉고

 

목에 찬 숨이 환희로

눈에는 초록빛 가득하고

 

코에는 풀향기 넘치어

막혔던 가슴 뚫어지니

 

이곳이 선경이로구나

생각하면 더욱 선경이 되고

 

몸을 감싼 땀은

한줄기 얼음 되어 기쁨을 뿌리는 찰나

 

또 다른 기쁨으로 들어가려

걷고 걷는 등산

 

환희요, 기쁨이요, 즐거움이 가득한

그곳을 오르고 또 오르려니

(박태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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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 라운드 피자에서는 누군가 호기롭게 내가 쏜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Anisah Riaz가 먼저 계산해 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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