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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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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산행은 언제나 발디MT Baldy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우리 산악회 연례행사인데, 맞춤이라도 하듯 202311일이 일요일이었습니다.

 

카풀 장소에 모인 인원은 김재권 서울지부장과 둘째사위를 포함 모두 13.

우리 산악회 6대 회장인 유재일씨가 참석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집나간 가출인 돌아오기까지 16년이 걸렸네요

 

미리 출발한 이순덕회원까지 14명이 참여했습니다.

 

속절없이 2022년을 보내는 게 서운해서 하늘이 눈물을 흘리는 걸까요?

12월 하순부터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 비가 산에서는 눈이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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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나눠 타고 발디로 가는 동안에도 가랑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산행 들머리 굽이굽이 가파른 맹커 플랫 주차장까지도 눈이 많으면 못 가는 거지요.

 

더군다나 샌 게브리얼 최고봉 10064피트 3068m 발디는 눈 많기로 소문난 산입니다.

우리가 작년 신년 산행을 발디 볼을 통해 직등을 한 것도 눈이 많은 덕분이었습니다.

정상에서 사발처럼 둥글게 쏟아져 내린 남벽(South Face)이 발디 볼(Baldy Bowl)이죠.

 

유경영회장은 눈이 많아 발디까지 못 갈 수도 있다며 현장을 보고 결정하자 말합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일까요.

미국 동부와 한국은 강추위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데 이곳은 산이 봄처럼 푸릅니다.

 

이래서 천사의 도시가 되는 걸까요?

맹커 플랫 주차장에 오르기까지 눈이 전멸했습니다.

은근히 기대한 발디 볼을 통한 직등은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 모르니까 12발짜리 크램폰을 배낭에 넣었습니다.

기계체조... 아니 출발 전 몸 풀기 보건체조 마지막에는 기도를 하고 싶어집니다.

다리야! 오늘도 잘 부탁 한다는 앤딩 코멘트에, 가끔 아멘!~이 튀어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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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안토니오 폭포 소리가 우렁찹니다.

그러나 안개 혹은 구름에 시야가 가려 귀로만 듣습니다.

그렇게 산행 중에도 비님이 오락가락합니다.

 

과학은 정직한 동시에 정확합니다.

고도를 100m 올리면 기온은 0.6도가 떨어집니다.

풍속에 따른 체감온도는 별도로 계산합니다.

 

그러므로 3068m 발디 정상은 해수면 보다 18도가 낮습니다.

그러니 오를수록 트레일 헤드에서 오는 가랑비가 눈으로 바뀌는 건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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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헛에 도착하니 눈발이 거세집니다.

사방이 하얗게 지워져 평소에는 잘 보이는 발디도 숨어 버렸네요.

 

여기에서 두 팀으로 나뉩니다.

정상조와 신년 떡국조.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떡국조에 미안합니다.

떡국에 어울릴 무김치를 가지고 오긴 했는데 배낭에 넣고 정상을 간 거지요.

참고로 저는 아이만 낳는 거만 배우면 여자가 될 정도로 애교 떨기와 음식을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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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처럼 계획된 산을 오르는 산악인 흔적이 반갑습니다.

누군가 눈밭을 밟고 간 럿셀 자국이 보였으니까요.

 

고도를 올릴수록 기존 등산로는 어디인지 모르므로 직선으로 치고 오릅니다.

혹시나 해서 발디 볼 급경사면으로 간 흔적이 있나 열심히 살폈습니다.

없었습니다.

 

눈 표면이 바람에 얼어붙은 걸 크러스트crust’ 되었다고 말합니다.

눈이 크러스트가 되면 눈사태의 염려는 없으나 그 위에 신설이 쌓이면 눈사태가 납니다.

잦은 눈 때문에 위험하여 아무도 직등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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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신년 산행을 이 산에서 하며 많은 산악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내 돈 떼어 먹은 사람도 발디 신년 산행에서는 만날 수 있다.”

이런 농담이 있을 정도로 발디 신년 산행은 한국 산악인들에게는 인기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고사하고 미국인들 만나기도 어려운 이유는 악천후 때문이죠.

이제 흙은 보려야 볼 수 없을 정도로 산은 두툼한 눈으로 덮였습니다.

나무마다 철갑처럼 고드름을 달고 있습니다.

 

가끔 부딪치면 맑은 쇳소리가 절집 풍경소리처럼도 들립니다.

겨울 발디는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닙니다.

왕복 거리가 8마일이고 극복해야할 고도가 3980피트 1200m 정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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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새들에 올라서며 발디에는 화이트아웃(whiteout) 현상이 발생합니다.

화이트아웃은 눈으로 인해 시야가 심하게 제한되는 날씨 상황입니다.

 

사방이 보이지 않아 땅과 하늘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여 방향과 거리를 가늠할 수도 없게 됩니다.

 

그러나 수 십번 오른 발디 정상이 지척인데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정상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안내판만 서 있을 뿐 정상 동판은 찾을 수 없네요.

반대편에서 바람을 타고 얼음 조각이 비수처럼 얼굴을 찌릅니다.

 

견딜 수 없어 조금 내려와 나무 밑에서 있었습니다.

정상을 올라간 동료가 방향을 잡지 못할까 해서죠.

 

정상 고원은 넓고 둥글기에 화이트아웃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걷기 쉽습니다.

Baldy는 거의 매년 여러 명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우리도 하산 길 잠시 헤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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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한 하산을 마치고 나서도 발디는 토라진 여자처럼 얼굴을 감추고 있더군요.

 

뒷풀이는 파키스탄 아메리칸인 아니샤Anisah Riaz RN씨가 거하게 쏘셨습니다.

의료계통에 부군과 함께 종사한다는데 팀버산행 때 인연이 되어 회원이 된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 산악회도 K2라든지 발토로 빙하, 캐시미르 원정도 갈 때가 있을 것입니다.

'파키'는 페르시아어로 '순수함', 혹은 '청정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군요.

'스탄'은 페르시아어로 '풍요로운 곳', 혹은 '모든 것이 넘치는 곳'으로 해석한다네요.

 

그래서인지 뒷풀이 먹거리가 차고 넘쳐 투고까지 했다더군요.

아니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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