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노래 1
이해인 / 수녀, 시인
하얀 눈 내리는 날
어디선가 예쁘게
새소리 들려오고
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
하루 종일 흘러서
나는 잠들 수도 없네
물소리 따라
맑은 세상 끝까지
가보아야지
순례자인 내가
어머니를 만나
환히 웃을 때까지
눈꽃 노래 2
이해인 / 수녀, 시인
포근하고
순결하다
수없이 잘못한
인간의 죄를
용서로 덮는
하얀 눈
송이 송이
끝도 없이 떨어지네
울다가 웃다가
꽃으로 기도로
내리는 눈
행복한 사람 되라고
고요히 고요히
함박눈으로 떨어지는
하느님의 하얀 용서
눈꽃 노래 3
이해인 / 수녀, 시인
산과 들에
밤새 흰 눈이 많이 쌓이고
내 마음엔
시를 닮은 생각들이 많이 쌓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으니
세상 사람 모두가
흰 옷을 입은 눈사람으로
나에게 걸어오네
순간마다
마음이 순결해지는 눈나라에선
미운 사람 아무도 없고
용서 못할 사람 아무도 없네
햇빛에 녹아 사라질 때가진
너도 나도
그냥 웃으면 되지
*이번 딸기봉 산행에는 11명의 회원과 예쁜 개 올리브가 참여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쁜 상고대가 하얗게 핀 눈 속 산행이었다.
상고대는 언 듯 한문 같지만 순우리말이다.
상고대는 눈꽃(雪花)과 다르다.
나뭇가지에 크리스털 방울처럼 얼어붙은 빙화(氷花)와도 다르다.
상고대는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한 뒤에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을 말한다.
자주 만날 수 없는 상고대는 퍽 아름답다.
서리가 나무에 꽃처럼 피었다는 뜻으로 '나무서리'라고도 불린다.
이번 딸기봉 산행에서 상고대를 만났다.
상고대는 역광으로 봐야 한다.
한 해를 보내는 샴페인 한 잔.
센스 있는 태미김 회원의 순발력이 우리를 기쁘게 했다.
시몬회원이 베푼 한인타운에의 푸짐한 송년 음식에 감사드린다.
다음 주 새해 첫 산행이 기다려진다.
발디 정상부에 우뚝한 소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얼음 방울들.
크리스마스트리에 걸어 놓은 크리스털 방울처럼 어깨에 부딪쳐 나는 청량한 쇳소리.
스키헛에서의 신년하례와 슬프지만 한 살을 더하며 기쁘게 먹는 떡국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