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7- 25 딸기봉Strawberry 산행
2025.07.28 13:27

풀 장소에 도착하니 어?
반가운 이규영회원 얼굴이 보인다.
그동안 줄기차게 아이스하우스 캐년만 오르락 거렸다는 고백.
산행은 래드박스와 콜비캐년 두 팀으로 나누기로 했다.
눈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니 중간에서 만나 점심 먹고 차 키를 바꾸자는 아이디어.
콜비캐년 빡신 코스와 비교적 소풍길인 레드박스 코스.
눈에 보이지 않는 이규영 회원에 대한 유회장 배려가 있었다.
김종두, 이규영회원과 함께 쉬운 레드박스 길.
도착한 레드박스에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등산복 차림 수십명이 몰렸다.
시끄럽다.
우리 산악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12명 혹은 15명 이상의 그룹은 법으로 산행금지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사람이 많아 아이스하우스 주차장처럼 주차공간이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딱 한 자리가 남았다.
주차하고 보니 옆에 한국 김여사 시리즈에 나오는 ‘김여사주차’가 보인다.
옆으로 세워 두 주차공간을 차지한 채 문 잠그고 사라진 김여사 주차.
그때 김여사는 아닌 듯한 여자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해 왔다.
중국말이다.
중국말을 모르지만 만국 공통어 보디랭귀지는 안다.
언뜻 단체 산행객을 보니 중국어 프랑카드를 펼치고 증명사진을 찍는 중.
과연 호떡집에 불났다.
우리 산악회도 예전 저런 적이 엄청 많았다는 생각에 미소.
회장이 없어도 가스라이팅에 익숙한 우리는 보건체조를 한다.
물론 건성이지만 그래도 무릎기도까지 빼놓지 않았다.
산행을 출발하며 문득 의문이 든다.
중국 여자가 수상하다.
김종두, 이규영회원도 있는데 왜 나에게 중국어로 사진을 찍어 달랬을까?
그건 나만 중국인으로 보여서라는 말.
기분이 묘하다.
이참에 ‘학~’ 중국어를 배워 버려?
인해전술에 걸리면 추월 불가능할까 봐 서둘러 산행에 나선다.





7월 햇빛이 따갑다.
눈부신 태양과 투명한 대기 속, 툭툭 불거진 산을 품은 우뚝한 산맥.
딸기봉 순한 트레일은 산 능선을 휘감아 돌고 돌며 이어진다.
자동차 도로는 급하게 오르내릴 수 있으나 기차길은 어림없다.
철길은 이곳처럼 순해야 한다.
이규영씨, 지금 살고 있는 빅터빌에 라스베가스까지 달리는 초고속 열차가 통과 한다메요. 맞아요. 얼마 전 뉴스에도 6년 안에 빅터빌 역전이 만들어진다고 했어요. 사는 집 땅 크기가 얼마에요? 1에이커쯤 됩니다. 와우~ 집이 1에이커나? 역이 만들어지는 장소가 집 근처에요? 그건 잘 몰라요.
이때부터 둘만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길잡이를 하는 김종두회원도 듣는 중이긴 한데, 앞에 있어 표정은 모른다.
우리 수다에 아마 심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이규영씨 집 앞에 역이 만들어지면 땅값이 엄청오르겠네요?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지금부터 해봐요. 한 천 배 오르면 떼부자가 됩니다. 역이 어디에 만들어지는지 몰라요. 이규영씨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집 앞에 만들면 되니까요. 어떻게요? 한국 김건희 여사를 부르는 겁니다. 엄마 최은순씨하고 함께 부르면 문제 해결. 어떻게요? 로켓처럼 오른 땅값 반쯤 준다고 하면 됩니다. 그분들이라면 양평 고속도로 꺾듯이 이규영씨 집 앞으로 철길도 꺾을 능력이 됩니다. 아님말구...





수다가 길어지는 이유는 황소등처럼 트레일이 순하기 때문이다.
딸기봉 메도루 코스는 고작 2,000피트 정도 오르내림이다.
그러니 3,600피트 아이스하우스 캐년 보다 휘파람 길이라 해도 좋을 트레일.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길이 짧아진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조세핀 봉이 우뚝하다.
이 근처 산 이름 알아맞추기 대회는 혹 없나?
평생처음 일등이라는 거 해 보게
딸기봉 정상과 메도우 갈림길.
보통 여기서 쉬어 가는데 우리는 그냥 지나친다.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는 산행을 줄여 주는 게 분명하다.
이규영씨. 땅값 오르면 손이 바빠질 겁니다. 발가락까지 동원하여 돈을 셀 때가 오겠네요. 그때 돈 세는 일 아르바이트 좀 시켜 줘요. 그럴게요. 고럼 땅을 팔 때 대금을 백불짜리로 받으세요. 십불이나 이십불짜리 세려면 시간 오래 걸려요. 그럴게요. 근데 몇 일이나 일 시켜 줄 생각이세요? 한 삼일? 땅값이 어마할텐데 삼일가지고 되겠어요? 한 달은 세어야지. 한 달씩이나? 그렇게 돈이 많아진다는 말이군요. 주방에 쓰는 마마손 고무장갑을 가져가야겠어요. 돈 세다 손가락 지문 없어질지도 모르니...






앞장서 길잡이를 하고 있는 김종두씨 얼굴은 역시 볼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웃고 있는 하회탈이 되어 있을 터.
문득 돌에 차이는 발아래를 보니 헤진 등산화가 보인다.
돈 세다 지문 없어질 생각보다, 등산화 살 걱정을 먼저 해야겠다.
고마운 등산화.
그 동안 이 등산화가 밟고 다닌 산과 땅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게 내 땅이라면 그걸 판 돈은 또 얼마나 될까?
아마 한국 오천만 국민 모두 동원하여 세어도 모자랄 터.
그러니 낡은 내 등산화가 고맙다.
하지만 상상으로는 한 달 돈을 셀 만큼 부자인데 등산화 살 돈이 없다.
까짓 그 또한 어떠랴.
운동화 신으면 되지.





메도우 갈림길 표지판에 섰다.
요즈음 이 딸기봉 기슭에 살고 있는 한국 이민자 이야기를 기록 중.
주인공으로 오랜 친구를 실명으로 등장시켰다.
한잔 근사하게 사면 좋은 놈.
안 사면 나쁜 놈으로 맹근다고 이미 통보했다.
그러고 보면 등산화를 혹사시킨 만큼 나는 정말 산에서 얻은 게 많았다.
땡큐우~ 등산화.
윗쪽 메도우에서 콜비쪽에서 오고 있는 팀과 무전이 터진다.
우리가 늘 점심을 먹는 곳에서 만나기로 한다.
딸기봉 갈림길까지는 등산객을 몇 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쪽으로 올 때까지는 한 명도 못 만났다.
적막강산.
전세강산.
다리쉼을 하는 솔밭 그늘이 뽀송하다.
이런 곳에서 야영은 별 천 개짜리 초 특급호텔.
그런 생각을 한 뚜벅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살펴보니 야영 자리가 이곳저곳.
불법이겠으나 ‘불멍’을 때린 흔적도 보인다.
10여분 차이로 콜비팀을 만났다.
솔가지 그늘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돈 세는 재미보다 밥 먹는 재미가 더 즐거울 수도 있다는 입맛.







주변엔 도토리가 지천이다.
우리는 이곳 도토리로 만든 묵에 대한 옛일을 회상했다.
그 사람은 가고 없으나 도토리만 남았다.
조금 일찍 간 건 억울하지만 곧 만날텐데 뭐.
몸통 엔진에 주유한 후 차 키를 건네고 길을 나선다.
길이 순하니 산행설명서에는 이 트레일을 사색의 길이라 했다.
이규영씨가 생각보다 잘 걷는다.
김종두씨 말이 그걸 증명했다.
“오랜만에 땀이 안 나는 산행을 하네요.”
프로가 다 되었다는 말.
정말 이 길은 우리가 전세냈다.
그 흔한 뚜벅이들이 아무도 없다.
휘파람이 나온다.
소확행이라는 젊은이들 신조어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
우리도 몸으로 소확행을 느끼고 있다.
누죽걸산... 걷고 있음에 확실한 소확행.
휘휘 휘파람 불며 훠이훠이 자연에 스며드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그늘 속에 잠긴 메도우 숲이 보기 좋다.
콜비 캐년 하산 길은 그야말로 땡볕.
하산 길이 눈 아래 기어가는 뱀처럼 구비구비 아득하다.
허리께만큼 키가 작은 관목이니 그늘이 있을 리 없다.
이 깡패 같은 땡볕 속 하산하려면 덥고 힘들다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그러려면 수다.






이규영씨와 2차전 시작.
이번은 고전 코미디 시리즈.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처가집 아들, 못 난 아들만 내 아들.
어째 이런 부분에서 우리 회원들 생각이 일치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복장을 지르는 김에 한 번 더.
장가 간 아들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조금 돈 여자 3인방 시리즈.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여자.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며느리 남편을 아직도 내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맞다고 서로 맞장구치며 키득거리다 보니 하산 완료.
차 키를 바꾼 팀이 벌써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이 사진을 잘 보시라, 이 중 한명은 돈을 신나게 세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일주일 일용할 양식을 충전했으니, 진짜 배를 충전하러 고고~
라운드 피자에 곁들인 닭다리와 피자.
미안스럽지만 마마손 고무장갑끼고 돈 세는 상상보다 먹는 게 두 배 즐겁다.
그런 행복한 포만감을 주신 강희남 회원님께 감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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