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산행 앨범방

조회 수 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MT 발디 오르는 길

 

오늘 산행은 모두 8명이 참여했습니다.

마운틴 샤스타(Mt. Shasta. 4,322m) 원정을 떠났던 수잔강 회원도 보입니다.

 

캘리포니아 고봉중 하나인 샤스타는 우리 산악회에서도 갔다 온 산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존 뮤어(John Muir)가 이 산에 홀딱 반했습니다.

 

이 샤스타 산을 보니 내 몸 속에 피가 붉은 와인으로 변했다고 썼지요.

좌우간 글쟁이 뻥은 믿을 게 못 됩니다.

 

그런데 진짜 걱정이 있습니다.

이러다 사막성 기후인 캘리포니아가 온대 지역으로 바뀌는 건 아닐까요?

자욱한 안개를 뚫고 산행들머리를 가는 길 산야가 온통 초록빛입니다.

 

오늘도....”무릎 기도를 한 후 크램폰을 챙긴 후 산행 시작을 했습니다.

샌 안토니오 폭포 거센 물줄기 소리가 굉장합니다.

 

이곳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눈이, 산정에서 녹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늘 참 환장하게 푸릅니다.

temp_1715573781781.-1423739908.jpeg

 

20240512_154937.jpg

 

20240512_085033.jpg

 

20240512_093931.jpg

 

20240512_084627.jpg

 

20240512_090718.jpg

 

봄철 황사에 시달리고 매연에 끄달리는 서울에 비하면 LA 하늘은 애국가 3절입니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어...”

 

그런 LA 다운타운을 발디에서 보니 스모그가 점령해 있습니다.

여긴 코발트색 푸른 하늘의 색감이 너무 강렬하니 하얀 구름도 예술입니다.

스키헛을 오르는 트레일 내내 샌안토니오 폭포를 만드는 계곡 물소리가 따라 나섭니다.

 

문득 <가는 길>이라는 김소월의 싯구가 생각나는군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1923.10)

 20240512_091011.jpg

 

20240512_091435.jpg

 

20240512_091526.jpg

 

20240512_091958.jpg

 

20240512_104310.jpg

 

시어가 조금은 유치한 게 김소월 시인의 가장 도드라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 견해이지만요.

 

열심히 소리치며 내려가는 계곡 물은, 그러나 평생 앞, 뒷물이 만날 일이 없겠습니다.

흘러도 연달아 흐른다는 김소월 말 대로 세상은,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네요.

 

스키헛 까지는 맨 땅이었습니다.

누군가 무거운 크램폰을 가지고 온 게 후회된다고 합니다.

 

틀렸습니다.

들머리가 맨 땅이지만 크램폰 없어 후회한 횟수가 더 많은 걸 우리는 잘 압니다.

 

온통 초록에 쌓인 스키헛에 도착했습니다.

과연 여기서부터 눈이 깊어졌습니다.

20240512_103035.jpg

 

20240512_104339.jpg

 

20240512_104439.jpg

 

20240512_104719.jpg

 

20240512_110558.jpg

 

그러나 가는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는 격언대로 응달에만 눈이 깊습니다.

지난 주 산악회 선배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장원서, 이정현, 이혁재 선배들이지요.

 

이정현 형님은 신행을 하지 못할 정도로 2년 전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산악회 회장으로 봉사한 고마운 선배분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중에 발디 정상을 올랐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발디볼 남서벽 설벽 직등 루트로요.

 

꾸준히 재활 산행을 이어가며 건강해 지는 게 그 것으로 증명되는 느낌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 우리도 오늘 직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트레일엔 눈이 깊어 크램폰이 필수였지만 발디볼 남서벽은 맨땅 절벽입니다.

일주일이 채 안되었는데, 정말 시간의 흐름이 눈 깜박할 새이네요.

temp_1715565073662.849855889.jpeg

 

temp_1715565073684.849855889.jpeg

 

temp_1715565073689.849855889.jpeg

20240512_110835.jpg

그 많던 발디볼 직등 루트 눈은 눈물이 되어 사라지고 이렇게 맨 땅이 되어 버렸습니다.

 

스키헛부터 깊어 진 눈 때문에 운행이 늦어집니다.

그러나 눈 밭 다리쉼을 할 때마다 돌아보는 산 아래 세상은 초록 세상입니다.

 

정말 눈부신 오월의 세상입니다.

수필가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이라고 했지요.

 

수필가 이양하도 5월을 찬양했습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5월은 신록의 계절인 동시에 계절의 여왕이 맞습니다.

설국을 오르며 보고 듣는 산 아래 가득 찬 초록과, 앞강물 뒷강물 요란한 합창.

 

우리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시청각 파노라마 풍경입니다.

20240512_122541.jpg

 

20240512_124719.jpg

 

20240512_125613.jpg

 

 

20240512_124848.jpg

 

20240512_125636.jpg

 

20240512_125847.jpg

 

temp_1715573781777.-1423739908.jpeg

 

20240512_135257.jpg

 

20240512_140202.jpg

 

 

눈이 깊어 자주 쉬게 되지만 햇빛이 나면 복사열에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두 번째 새들을 지나며 발디 대머리 산이 진짜 대머리가 된 모습으로 보입니다.

 

하얀 설원으로 민둥산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정상엔 몇 명의 산악인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설국이지만 오월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반바지 차람의 산악인도 보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파노라마 풍경이 과연 장관입니다.

멀리 설선이 뚜렷한 골고니오와 더 멀리 샌 와신토 봉도 보입니다.

 

아까 말했듯 시간은 눈 깜박 할 사이 흐른다고 이번이 크램폰 사용 마지막이 아닐까요.

발디볼 직등 설벽의 눈이, 눈물이 되어 흘러도 연달아 흘러 홀연히 사라진 것처럼.

 

겨울이 다가와 다시 신설이 오기 전 까지 이제 크램폰은 창고에 넣어 두어야겠습니다.

정상에서 무전 교신을 끝내고 하산을 시작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네요.

20240512_125847.jpg

 

20240512_125914.jpg

 

20240512_130852.jpg

 

20240512_132105.jpg

 

20240512_132152.jpg

 

힘든 설산행이라 포기 한 줄 알았던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샤론씨 부부, 김공룡씨와 이규영씨가 설국에 어울리는 풍경처럼 나타난 겁니다.

 

그들은 크램폰 도움으로 오른 설국 발디 정상이 처음일 겁니다.

초등을 진짜 축하드립니다.

 

뻐근한 우리 삶에서 대체할 수 있는 행복은 다름 아닌 산행입니다.

산행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꼭 존재해야 하는 필수적 동기라고 믿는 산악회원들.

20240512_133140.jpg

 

20240512_133332.jpg

 

20240512_133431.jpg

 

20240512_133433.jpg

 

20240512_133532.jpg

 

temp_1715573768953.-1926702955.jpeg

 

눈 깜박할 사이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산행은 아픈 영혼의 치유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계절의 여왕 오월의 발디 산행을 행복하게 끝냈습니다.

 

귀가길 고속도로에서 본 MT 발디는 정상부에 만 눈이 꿈결처럼 하얗습니다. 20240512_164248.jp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