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명의 회원이 산행에 나섰다.
강풍주의보.
캐빈씨와 7시 30분 정각에 카풀 장소에서 만나 출발.
오늘은 헷갈림이 많다.
유용식 회원 부부는 좀 늦게 만남의 장소에 도착한 모양.
산행지를 가까운 조세핀 봉으로 변경.
밀스크릭 주차장에서는 이순덕 회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순덕 회원이 분명 돈이 담겼을 봉투를 준다.
한국에서 갓끈 붙어 있을 때는 가끔 마주했던 풍경인데 미국서는 생경한 일.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거절.
알고 보니 뒤풀이 당번인데 집에 일이 있어 산행을 못 하니 대신 계산하라는 봉투.
그래서 더 악착같이 안 받았다.
차에서 내리니 몸이 휘청일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강풍주의보 경보가 새삼 떠오른다.
퍼시피코 산행은 길게 능선을 이어가는 코스.
맞바람 속 산행이 쉽지 않을 터였다.
코비드 백신 예방주사를 맞은 몸 컨디션도 않 좋다.
그렇다고 일주일을 기다려온 소풍인데 포기 할 수는 없는 일.
각자 자유롭게 좋아 하는 산을 선택하여 소풍 끝내고 나서 뒷풀이는 생략하기로.
머릿속이 돌 머리 돌리는 소리로 시끄럽다.
손금처럼 이 동네 지형을 잘 알고 있느니 원수처럼 부는 바람 불지 않는 계곡으로 가자.
그래서 베어 캐년으로.
스위처 계곡을 내려서니 바람은커녕 물소리만 청량하다.
주차장에도 빈자리가 있다.
차에 시니어 패스를 꺼 내 놓았다.
깊은 가을 속으로 풍덩 빠진 듯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햇 도토리가 흙보다 많다.
누가 도토리를 밟지 않고 산행을 하는 묘기를 보여 준다면 상금을 주겠다.
상품은 도토리 묵 한 사발.
이 코스에서는 특이한 점이 있다.
스위처부터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중간쯤부터 물길을 따라 올라 가는 산행.
여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스위처 폭포에도 사람들이 없다.
베어캐년으로 접어 들자 이쁜 녀석들이 우르르 내려온다.
모두 키만한 배낭을 메고 있는데 지도 선생님을 따라 야영을 끝낸 모양.
애나 어른이나 뚜벅이를 보면 공연히 미소가 나온다.
자연을 즐기는 마음이 예쁘기 때문일 것이다.
예쁜 작은 담潭과 소沼가 자주 나타난다.
한자어 담, 소는 암반에 물이 고인 못을 말한다.
간장 종지 같은 바위 그릇에 투명한 물이 담겨 있는 담, 혹은 소.
이것이 아이스하우스 캐년과 구별되는 다른 이쁨의 계곡이다.
예전 유재일이라는 회원과 잔 뮤어 트레일을 종주 하던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 호수에 손을 담그더니 한 마디 한다.
“어라? 산도 세수를 하네.”
먹는데 용서가 없는 그 친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詩어였다.
산을 거울처럼 담고 있던 호수의 잔잔한 반영.
그 물에 손을 넣으니 물결이 퍼지며 산이 일렁이는 걸 산이 세수한다는 시적 감성.
그 말 좀 무료로 써 먹자고 했고, 동의를 얻었고, 진짜 써 먹었다.
그렇게 담과 소에는 하늘과, 숲과, 단풍과, 깊은 가을을 담고 있다.
드디어 목적지 베어 캠프장. 야영객 두 명이 반긴다.
벤또를 까먹었고 목을 넘기는 물이 차갑다.
이제 배낭에 크렘폰과 장갑을 쟁여 넣어야 할 때.
그런 준비가 되어야 겨울 소풍이 또한 즐거울 터.
휘파람 휘휘 불며 하산하는 소풍길에 스스로 행복하다.
다시 도착한 주차장엔 레인저가 무지막지하게 티켓을 끊고 있다.
시니어 패스를 잊지 않고 꺼내 둔 센스가 고맙다.
사람 참 속도 좁지. 남의 불행을 보며 웃음이 나오다니.
정확한 참고자료: America the Beautiful Pass는 Golden Pass와 같은 것인가?
공지: 2007년 1월 1일부터 Golden Age and Golden Access Passport 프로그램이 "America the Beautiful Pass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다.
골든 에이지/액세스 패스포트는 연방 휴양지에서 평생 유효하며 분실하거나 도난당하지 않는 한 교체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은 발디 봉이나 2번 도로 근처 포레스트 파킹장은 합법적 무료 사용이라는 말.
근처 조세핀 봉에서 유진순 회원의 전화가 왔다.
늦어 뒤풀이 못하고 그냥 가겠다는.
오늘 뒤풀이 없습니다...하고 진실을 말해 주려다, 아쉬워하시라고 그 말을 안 했다.